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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5일] 세계화의 후퇴

경기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앞으로 경기가 ‘V자’나 ‘U자’ 모양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상당 기간 바닥을 헤매는 ‘L자’나 이른바 더블딥(이중 하강)에 빠지는 ‘W자‘형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리는 경기 전망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뜻이다. 언제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갈망이 크기에 전문가들의 경기 전망에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세계경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노동ㆍ자본 등 생산요소는 물론 온갖 제품이 전세계 곳곳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세계화 모델’이 계속 유효성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다. 유가 낮아야 교역도 늘어
하지만 세계화 모델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세계화 모델이 위력을 발휘했던 것은 저렴한 에너지 덕분이었다. 유가가 그리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교역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어’의 세계화다. 연어는 이제는 결혼식 피로연의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연어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일반화된 먹거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맛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수요가 늘었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10년간 전세계 연어 소비량이 연 평균 23%나 늘어날 정도였다. 연어는 북해에서 가장 많이 잡힌다. 북해에서 연어를 잡으면 즉시 냉동한 후 함부르크나 로테르담으로 옮겨 중국으로 직송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연어를 해동한 후 해체작업을 통해 가시를 발라내고 먹기 좋게 가다듬는다. 그리고 다시 냉동 컨테이너에 실어 유럽ㆍ미국 등지로 보낸다. 세계화 시대에는 물리적인 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돈’이다. 북해에서 중국까지의 물리적인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수송비(유가)를 비롯한 각종 처리 비용만 싸다면 국제 분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저(低)유가는 이런 국제 분업 및 교역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어선ㆍ컨테이너선ㆍ트럭ㆍ냉동설비 등을 유지하는 데 드는 기름 값이 쌌기 때문에 전세계 곳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연어를 공급할 수 있었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유가가 오르면 제품가격에 그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싼값에 연어를 맛보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국제 유가는 최근 들어 다시 들먹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중질(WTI) 가격은 배럴당 7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아직은 지난해 고점(150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올 2월 초에 비해서는 두배나 올랐다. 물론 최근의 유가 상승은 달러 약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세자릿수 유가에 대비해야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대체 에너지 개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에너지, 다시 말해 석유에 대한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세자릿수 유가는 ‘불편한 현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화는 ‘종말’은 아니더라도 ‘후퇴’할 수밖에 없다. 생산 요소 및 제품의 운송비용이 큰 폭으로 오르면 세계화의 경제적 타당성도 떨어뜨리게 된다. 높은 운송비 때문에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역은 당연히 위축된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는 끔찍한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끔찍하고 불편해도 현실은 현실인 것을. 대처 방안은 입이 아프도록 많이 떠들었다.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기반 확대와 그린 산업 발전 등이 그것이다. 말은 많이 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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