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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3월 5일] 통신 디버전스?
입력2009-03-04 18:25:57
수정
2009.03.04 18:25:57
액션영화 ‘로보캅’은 임무수행 중 사망한 경찰관을 사이보그로 만들어 범죄소탕에 활용한다는 내용으로 꽤 인기를 끌었다.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오래 전부터 공상과학(SF)의 핵심 소재였다.
요즘 통신업계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는 컨버전스 개념으로 보면 사이보그는 인간과 기계(컴퓨터)의 컨버전스다. 산업에서 컨버전스는 단지 제품끼리, 기능끼리의 결합만 있는 게 아니다. 기술이 하나로 합쳐지고(정보기술(IT)와 바이오ㆍ나노기술의 융합), 인터넷TV(IPTV)처럼 방송과 통신 시장이 하나가 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컨버전스를 명분으로 내건 KT와 KTF와의 합병을 속된 말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조건 없이 인가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KT 필수설비의 시장지배력 전이와 경쟁 제한성에 대해서는 ‘유선 부문 내 이슈’로 못박고 합병과 무관하다고 결론지었다.
딱 1년 전 무선과 유선의 결합인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때 공정위는 무선의 시장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해 800㎒ 주파수 공동이용 등 유선과 무선 사이에 온갖 차단막을 치기에 바빴다. 당시 공정위는 인수 전부터 SK텔레콤이 갖고 있던 황금 주파수를 걸고 넘어졌지만 이번에 KT의 황금 주파수 격인 필수설비에 대해서는 ‘이미 있던 것’이라는 명쾌한(?) 이유로 합병과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1년 만에 공정위의 통신산업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뀐 것인지 아니면 통신업계의 컨버전스가 거꾸로 ‘디버전스’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공정위 결정을 보면서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통신 컨버전스가 가속화하는 이유는 기술의 진보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 요구 때문이다. 불황 때문에 복합기능을 없애고 저가형 단순기능 제품이 잘 팔린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통신에서 디버전스는 금시초문이다.
머지않아 소비자들은 이동전화망(W-CDMA)인지 아니면 유선망, 특히 광가입자망(FTTH)인지 모른채 집에서, 야외에서, 사무실에서 핸드폰 통화를 할 것이다. 이면의 기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몰라도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통신 서비스면 그뿐이다.
공정위가 여전히 ‘유선 따로 무선 따로’ 식 낡은 사고에 갇혀 있는 사이 통신회사들과 소비자들은 컨버전스 트렌드를 타고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백용호 공정위원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 낸 KT-KTF 합병 승인이 통신 컨버전스의 순풍이 될지 아니면 역풍이 될지 자못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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