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정도로 성장한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는 커피는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돼 소비되는 것일까. 경제지리학은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접하게 되거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세계의 다양한 이슈를 지리학의 시선으로 분석한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제가 얼마나 지리적인지를 보여준다. 또 경제 공간이 고정불변하는 어떤 사물이 아니라 불균등 발전, 상품 사슬, 기술과 집적, 자연의 상품화에서 나타나듯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문화, 젠더, 민족성의 경제에 대한 신경제지리학적 분석까지 담았다. 숫자가 나열된 산업 현황이나 공장 입지가 표시된 지도를 넘어서 언론보도, 잡지 삽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기존의 경제지리학 입문서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기업 조직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책은 국가, 다국적기업, 노동자, 소비자를 경제활동의 주체로 각기 부각시켰다. 특히 세계화의 시점에서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거나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균일한 집단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각각 다른 스케일과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실제 모습을 제시한다. 노동 시장에서 가정과 직업과 공간, 성별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뤘다. 가령 채권 판매와 같은 직업은 빠르고 공격적이며 과감한 경쟁력을 체화한 젊은 남성성을 요구하지만 비서직의 경우 남성성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다며 작업장에 따른 성별 특수성에 대해서도 거론한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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