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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최신규 손오공 회장

"내가 바라는 성공은 부자가 아닌 창조적 기업가죠"<br>나이 오십 넘은 지금도 팽이 직접 설계하고 깎아<br>게임사업 진출뒤 게이머로 온라인 활동등 노력<br>자회사 손오공IB '스타2' 국내유통담당 큰 성과



손오공 최신규(54) 회장의 집무실 한가운데에 일명 '007가방'이라고 불리는 서류가방이 은빛 광택을 발하며 떡하니 놓여 있다. 돈다발일까, 극비리에 개발 중인 최신 제품 의 설계도일까.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물어보자 그의 두 눈이 반짝거린다. "아직 외부에는 비밀로 하고 만드는 거예요"라며 그가 가방에서 꺼내 든 것은 팽이였다.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팽이가 넓은 탁자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사이, 그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 번졌다. 지금까지 팽이 완구를 만들어서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애지중지 팽이를 살펴 보는 최 회장은 천상 장난감 회사의 CEO였다.

장난감은 그에게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던 그에게 처음으로 성공의 기쁨을 가져다 준 것이 바로 장난감이었기 때문이다.

세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그는 손재주가 좋고 누구 못지않게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중퇴를 해야만 했다. '기술이라도 배워야 한다'는 어머니 손에 붙들려 영등포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기술을 익힌 그는 일찌감치 금세공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수도꼭지 기술자 등의 직업을 전전하며 어려운 나날을 보낸 그에게 성공의 문을 열어준 것은 당시 유행하던 '끈끈이' 장난감이었다. 아이들의 몇 안 되는 장난감인 끈끈이의 유해물질 논란을 안타까워한 그는 월세방 연탄 아궁이에서 파라핀을 직접 녹여가며 연구에 매달렸고, 꼭 1년 만에 독성이 없는 끈끈이를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끈끈이는 당시 돈으로 4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안겨주며 오늘날 장난감왕국 손오공을 세우는 기반이 됐다.

그 후 그가 세운 장난감 회사 손오공은 실패를 손에 꼽을 정도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특히 다간, K캅스 등 로봇부터 탑블레이드, 메탈베이블레이드로 이어지는 팽이 완구는 손오공을 국내 최고의 완구 제조업체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오십을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집무실에서 직접 팽이를 설계하고, 깎고, 칠하는 순수한 감성을 간직한 그의 장난감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지 모르겠다.

그렇게 성공대로를 달리던 그의 사업에 위기를 가져온 것은 '게임'이었다.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장난감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첨단기기를 활용한 게임으로 넘어가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게임사업에 뛰어든 것이 화근이었다. 그가 만든 게임은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사장돼버리기 일쑤였다.

"장난감과 달리 게임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욕심만 부렸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최 회장은 이후 "내가 게임을 알아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2005년부터 아침에는 출근 시간을 잊고, 밤에는 잠을 자지 않을 정도로 게임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5년 동안 게임에 매달린 끝에 최 회장은 이제 스스로가 "게임에 통달했다고" 말할 정도의 '고수'가 됐다. 인터뷰 중에 직접 게임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컴퓨터 앞으로 데려가 컨트롤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간간이 '참 잘 하시네영 '이라는 통신용어까지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모습을 보니 "50대 사장 중에서 나처럼 젊은이의 언어를 쓸 줄 알고 자판을 빨리 치는 사람은 없을 것"는 장담이 빈 말은 아닌 듯이 보였다.

'게임하는 회장님'의 존재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최 회장은 손오공 관계사인 소노브이가 개발한 '샤이야'라는 게임에서 '빙초산'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해 왔는데, 유저들이 게임 속 길드(유저들의 모임) 활동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활발하게 참여하던 '초산이 형'이 손오공 신제품 발표회의 회장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최 회장은 "올 초 내가 '회장님'이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길드원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라며 "알고 보니 길드원들은 이미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는데도 무안해 할까봐 시치미를 떼고 있었던 것"이라며 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정체'를 밝힌 이후에도 오프라인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유저들과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게 된 최 회장은 게임시장에서도 성공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게임에 대한 최 회장의 높은 이해도 덕분에 손오공의 자회사인 손오공IB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스타크래프트2'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죽기 직전까지는 성공이라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다"며 몸을 낮췄다.

"현금을 끌어 안고 재산증식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창조적 기업가'로 살다 가겠다"는 최 회장이 그리는 미래의 꿈은 '성공'이라는 흔한 말이 아니라, 손오공을 게임, 애니매이션, 완구로 이어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게임에 뛰어든 그가 깨달은 '천명'이다.






●최신규 회장은

▦1956년 서울 출생 ▦1974년 협성공업사 설립 ▦1986년 손오공(옛 서울화학) 설립 ▦2003년 중소기업청 신지식인 선정 ▦2003년 기술혁신경영인 대통령 표창 수상 ▦2003년 소노브이 설립 ▦2004년 한양대 경영학 명예박사 ▦2007년 손오공IB 설립





"게임-완구제품 연계로 시너지 극대화"
베르카닉스등 게임 캐릭터들 장난감으로 만들어 부가수입


최신규 회장이 구상하는 손오공의 미래는 게임과 완구 제품을 아우르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집약된다.

손오공은 자회사인 손오공IB와 최 회장이 개인 재산을 털어 지분 100%를 출자한 관계사 소노브이를 통해 게임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으로 게임사업을 관련 완구제품 매출로 이어가며 시너지 효과를 적극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소노브이에서 '슈퍼스타킹', '베르카닉스', '프로젝트 머큐리' 등 3개의 신작 게임 출시가 예정돼 있어, 손오공을 통해 관련 상품도 속속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가령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선보인 '슈퍼스타킹'은 손오공을 통한 전용 마이크 판매 및노래방기기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슈퍼스타킹은 배틀 노래방, 리듬 게임, 유저 커뮤니티, 1:1 화상채팅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댄스 노래방'으로, 올 2월 클로즈베타서비스에 이어 9월에는 오픈베타 서비스가 예정돼 있다.

최 회장은 "PC방에서 노래를 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게임 출시와 함께 전용 마이크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노래방기기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PC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중 1차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베르카닉스 역시 소노브이의 기대작으로, 손오공을 통한 관련시장 개척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는 드문 SF소재를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 속에 녹여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하반기에 첫 공개되는 1인칭 슈팅게임(FPS)'프로젝트 머큐리'도 폭력성이 짙었던 기존의 FPS게임과 달리 이국적이고 아기자기한 색감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유저를 겨냥하고 있어, 완구 제품으로의 연계 효과가 기대되는 신작이다.

최 회장은 "다른 게임회사들과 달리 소노브이는 주인공 캐릭터를 완구로 만들었을 때의 모습까지 고려해서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며 "신작 게임이 인기몰이에 성공한다면 피규어 등 관련 상품 제작을 통한 부가 수입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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