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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류를 보다] <하> 음지와 양지… 그리고 나아갈 길

K팝 장르 다양화·지속적 콘텐츠 발굴로 팬 저변 넓혀야<br>잦은 멤버 교체 이해 못해…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br>겨울연가 거품 꺼졌지만 스펙트럼은 되레 넓어져… 관광객 크게 늘어 선순환<br>콘텐츠는 한국-마케팅은 일본… 전략적 공략도 고려해 볼만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류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류가 지금보다 더욱 분화ㆍ발전할 것이냐, 아니면 현 상태에서 답보하거나 정체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10년 이상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한류 전도사를 자처해온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씨는 "열기는 지금보다 식겠지만 결국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으면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그의 견해다.

"초기에는 바람이 불면서 관심이 없는 이들도 호기심 때문에 한류에 주목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식으면 관심 없는 사람들은 차차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K팝의 경우 특정 그룹의 아이돌이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스타일의 그룹들이 줄을 잇는다.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생각 때문이다. 일본 스타들이 최소한 10~20년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은 당장의 결과물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한국의 멤버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생기는 것을 일본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 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업적 목적만으로 그룹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 필요=그는 이런 이유를 들어 아티스트의 생명 주기가 짧아지면서 새로운 팬층은 만들어지겠지만 한류스타들이 일본의 스타들처럼 오래된 팬들을 안고 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K팝이 일본에서 문화로 자리잡으려면 돈이 급해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또 "스타 양성 시스템은 한국이 세계 최고이며 한국의 시스템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류스타들의 완벽함은 노력의 산물인 만큼 데뷔 후의 계약 문제 등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류전문 잡지 한류피아(韓流ぴあ)의 가나자와 치세 마케팅담당 과장은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산업적인 측면에서 분석했다.

"지난해 혐한류 데모가 있었다. 하지만 극우파는 극소수일 뿐이다.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게다가 일본 방송사들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프로그램을 수입해 방영하는 게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한류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이다. 케이블TV는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능력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드라마의 종류는 한국이 다양하고 내용도 재미있게 잘 만든다. 구성도 탄탄하다. 낮에 TV를 보는 사람들은 주부들이다. '그들에게 잘 먹히는 게 뭘까' 생각해보자. 답은 바로 나온다. 한국 드라마다. 게다가 한국드라마는 시청률이나 광고수주 등 아웃풋(Out Put)을 쉽게 계량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버블붕괴와 선순환=한류 드라마의 경우 지난 2003년 '겨울연가'가 뜨고 나서 2~3년간은 버블이 있었다. DVD나 드라마, 캐릭터 용품들이 많이 팔려나갔지만 3년쯤 지나자 팬들이 한류 소비에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다 보니 "나는 배용준" "나는 송승헌" 하는 식으로 범위가 좁혀지면서 스펙트럼은 넓어졌다. 버블도 꺼졌다.



버블 붕괴는 후속 작품 지연 등 배우들의 활동과도 관계가 있다. 배용준ㆍ류시원ㆍ장근석 등은 한류에 불을 댕긴 스타들이지만 후속 활동이 미약하다 보니 일본 현지에서 "콘텐츠의 연속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관광객 증가, 한류 선순환 증명=이 같은 선순환은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숫자로도 감지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숫자는 329만명. 관광업계에서는 침체국면의 일본 경기와 쓰나미 등의 여파를 감안, 올해에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기분 좋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 1ㆍ4분기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의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3월 한 달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35만9,000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관광산업이 한류라는 신형 엔진을 탑재한 후 나타난 실적 향상의 일면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후루야씨는 "음악도 아이돌만 내세울게 아니라 인디밴드ㆍ수퍼스타K 같은 부류도 나서야 한다"며 "그렇게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조용히 와서 선을 보이고 간다면 한류는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루야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충고를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콘텐츠는 한국사람들이 제작하되 마케팅은 일본을 잘 아는 일본인에게 맡기는 것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일본사람은 완성도를 항상 80% 이상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120% 아니면 0%다. 잘하는 것은 잘하지만 못하는 것은 죽을 쑨다. 그래도 한국인들은 120%의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0%의 무대가 많은 게 문제다. 한국이 항상 120%짜리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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