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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생산·유통·소비의 K콘텐츠 생태계 만들자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현재 제작은 한국, 유통은 글로벌 OTT

유통망 주도권 회복 노력에도  

넷플 등 글로벌업체와 경쟁 쉽지 않아

제작사 노력과 함께 정부 지원 커져야

문화 선진국엔 소비 확대도 역시 중요

6월 2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를 축하하는, 넷플릭스·서울시 공동주최의 ‘2025 K콘텐츠 서울여행주간 오징어게임 퍼레이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 3’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필자가 과거 중국 베이징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게임 1’이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불법 시청이 문제가 됐다. 당시 중국에서는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서비스 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이 ‘오징어게임’을 불법 시청하며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단순하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넷플릭스가 대응해야 합니다.” 즉 ‘오징어게임’의 소유권은 넷플릭스에게 있다는 (두 말이 필요 없는) 해명이다.

K컬처의 핵심인 K콘텐츠가 새로운 성장 시대에 들어섰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5 콘텐츠 산업포럼’ 계기로 K콘텐츠 생태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문화 콘텐츠 또는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산업 생태계는 즉 ‘생산과 유통, 소비’ 혹은 ‘창작·제작과 매개, 향유’ 등의 이름의 3단계로 이뤄진다. 즉 잘 만들어야 하고 이를 잘 팔아야 하고 그리고 보고 체험하는 수요가 많아야 한다. (이 글은 영화와 드라마 등 주로 영상 콘텐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진행된 ‘2025 콘텐츠 산업포럼’에서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제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2025 콘텐츠 산업포럼’의 핵심 테마 가운데 하나는 유통(매개) 방식이었다. 현재는 글로벌 OTT들이 영상 콘텐츠의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다. 일부 영화나 드라마가 우리 주도로 다른 나라에 ‘직배’ 되고 있지만 글로벌 OTT의 역할에 비하면 소소한 정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일단 문화 콘텐츠 유통 역사를 돌어보자.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정부나 기업, 문화계가 K콘텐츠 산업(문화산업)에 획기적인 관심을 갖게 된 터닝포인트는 1994년이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 ‘쥬라기공원’이 빅히트를 치며 경제 효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영화 ‘쥬라기공원’의 1년 수입이 우리 자동차 수출150만 대와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6500만 달러를 들여 영화를 만들어 8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문화가 ‘돈’이 된다는 기대에 당시 문화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문화산업정책국이 신설됐다. 정부에 조직과 예산이 마련됐는데 뭔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성과라는 형태로 나온 것이 1997년 중국에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수출이고 또 2003년 일본에 드라마 ‘겨울연가’가 수출, 방영되면서 초대박이 났다. 다만 당시는 말 그대로 이들 드라마를 만든 방송국이나 관련 제작사가 해외 시장에서 발로 뛰는 형태였다. 변화는 2010년 전후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돌입하면서 나타났는데 이들 온라인 플랫폼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팔고 나섰다. 콘텐츠는 많이 팔렸다. 하지만 방송사나 제작사를 통한 유통방식이 사라진 것은 문제였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OTT 시대가 2020년 전후에 시작됐다. 이제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우리 영화나 드라마를 팔아주니 우리는 만들기만 하면 됐다. 대신 유통망에 대한 주도권은 잃었다. 국내 OTT도 몇몇 나왔지만 여전히 글로벌 OTT에 비해서는 힘이 부친다. 최근엔 ‘제주는 한국 제작사가 하고 돈은 해외 OTT가 번다’는 하소연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 작품 수준 때문이 아니라 넷플릭스 덕분에 이만큼 성공했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분업이 잘되면 된다. 우리는 잘 만들고 해외 OTT들은 잘 팔아 줄 것을 기대하면 된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가. 돈은 OTT만 버는 것은 아닌가.

이에 대한 지금까지 나온 대책은 여러 가지다. 국내 토종 OTT를 합병 등을 통해 덩치와 경쟁력을 키우자는 이야기부터, 국가가 아예 OTT나 아니면 이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고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OTT와 ‘공생’해야 한다”(홍성창 스튜디오S 드라마부문 대표)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뾰족한 답은 없다. 어쨌든 잘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OTT가 지배 세력이지만 이를 빼고도 여전히 우리가 마케팅할 공간은 있다면서 더 주체적인 유통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포스터. 사진 제공=모팩스튜디오


제작 부문은 보다 단순하다. 잘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흥행하는 것 아닌가. 기독교 예수 소재 애니메이션인 ‘킹 오브 킹스’를 만든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이 작품의 미국시장 흥행 이유로 △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기독교 콘텐츠’를 소재로 깔았고, 더불어 △ 미국 스타 배우들을 통한 목소리 연기 등 현지 인맥 활용 △ 미국인에게 익숙한 디즈니풍을 닮되 아류가 아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것 △ 첨단 영상 기술 적용 등을 꼽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만든 김희열 팬엔터테인먼트 드라마부문 대표도 아 작품에 600억 원(총 16회차)를 쏟아부었다는 경험담을 말했다. 당연히 대작이라고 모든 작품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제작사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개발하고 또 새로운 스토리를 발굴·적용하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정부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 대형 제작사들은 세액공제 확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럼 ‘글로벌 소프트파워 빅5 문화강국’ 실현이 어디 쉽겠나.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이제는 ‘메이드 인(in) 코리아’에서 ‘메이드 위드(with) 코리아’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이 ‘콘텐츠 허브’, 즉 제작 중심기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왼쪽)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지난 5월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 소비(향유)는 어떨까. 그동안은 주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서 파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문화 선진국은 소비도 잘해야 한다. 수준 높은 소비자가 역시 수준 높은 상품을 만든다. 지난 6일 할리우드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가 한국에서 개봉했는데 전 세계에서 최초라고 한다. 국내 시장에서 운을 시험하는 해외 작품들이 많다. 한국 시장이 크지는 않지만 ‘테스트베드(시험장)’으로서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톰 크루즈가 그만큼 자주 방한하는 것은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 때문이지 않을까.

“문화를 놀고 먹는 소비만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투자로 봐야 한다”는 말을 문화계 인사들이 많이 한다. 더 나아가 ‘놀고 먹는 소비’를 잘하면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문화계에서 한국 문화산업의 사실상 시작으로 보는, 1994년 ‘쥬라기공원 쇼크’를 알린 한 신문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자동차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영화를 만들 것인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요즘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답변이 많을 것 같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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