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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공장투자 원치 않는 세계의 공장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현대차의 중국 사업을 12년 동안 총괄 지휘했던 설영흥 부회장의 사퇴를 놓고 말이 많다. '현대차 충칭 4공장의 지연 책임을 졌다'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후 설 부회장의 중국 고위층 '관시(關係)'가 힘을 잃었다' 식의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설 부회장의 사퇴가 현대차의 중국 사업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충칭 공장을 그대로 밀어갈 수도, 항간에 나오듯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게 4공장 입지를 옮길 수도 있다. 설 부회장의 사퇴는 갖가지 배경설명보다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에 보다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무조건 공장 건설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투자유치에 목매던 중국은 과거형

지난 2006년 10월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광저우 도요타 엔진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외국 자본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기술 습득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7년이 지난 2014년 중국은 더 이상 외국인 투자 유치에 목을 매지 않는다. 기술 습득의 도구로서 외국 기업의 유효기간이 끝났다는 판단 때문인지 중국은 이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를 고른다. 과거 성장 제일주의 원칙으로 일단 제조업 공장을 유치하고 보자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고용, 환경, 미래 성장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공장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징·허베이·톈진 일체화 프로젝트에서 베이징의 공장 이전을 환경오염을 이유로 거부하는 지방 시장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중앙정부에는 지역 균형 발전이 우선이다.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경영전략상 요충지라 해도 해당 지역의 생산 능력과 고용 현황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허가를 내준다. 현대차 4공장의 입지로 허베이성 창저우나 후베이성 우한이 다시 부각되는 것도 이들 지역이 중앙정부의 지역 발전 전략에 부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중국의 사업 환경은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미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중국이 바뀌었듯 중국 시장에 대한 진출도 단순한 생산기지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더구나 중국이 급격한 성장보다는 개혁과 개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목표를 설정한 만큼 중국 진출에 대한 전략도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중국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에 적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 내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히 현지인 채용을 늘리고 현지 생산망을 구축하는 차원이 아니다. 중국이 나가는 방향을 명확히 읽고 대처해야 한다. 과거처럼 오염산업 공장도 받아들이던 중국은 이제 없다. 최근 만난 허베이성 탕산시 관료는 "오염산업은 중국 기업으로 충분하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오염산업은 중국인도 싫어한다. 오염산업이 나간 빈자리는 미래를 위한 산업으로 채울 것이고 외국인 투자도 이런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부지 찾는 동안 일본은 서비스업 투자

최근 무역협회에서 내놓은 통계는 우리 기업의 중국 투자 전략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중국 투자액은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본 기업의 중국 투자액은 207억4,000만달러. 한국의 투자액인 85억4,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중일 관계가 영유권 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최근 3년간 한국보다 연평균 40억달러 넘게 중국에 투자해온 셈이다. 곱씹어야 할 부분은 우리와 일본의 투자의 질적인 면이다.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의 유통·서비스업 투자가 전체 투자의 26%에 달한다. 서비스업 투자가 10.6%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가 중국을 여전히 생산기지로 인식하고 공장을 짓는 동안 일본은 정치적 관계 악화에도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투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중국의 내수성장이 일본의 몫이 될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입맛에 맞게 공장 부지를 찾고 짓느라 땀을 흘리는 동안 고속 성장하는 중국의 소비 시장에 일본이 먼저 숟가락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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