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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경력단절은 도약 위한 숨고르기"

■ 박찬주 듀폰코리아 영양·건강사업부 이사


"수십년 직장생활에서 몇 년의 경력단절은 정체가 아니라 도약하기 위해 숨 고르는 시간이에요. 자신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키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몇 년간의 정체는 오히려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거든요."

세계적인 화학업체 듀폰코리아의 박찬주(47ㆍ사진) 영양&건강사업부 이사는 4년7개월의 경력단절이라는 약점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전보다 더 높이 도약한 대표적인 여성 임원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85학번인 박 이사는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 나섰을 때 생전 처음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졸업을 앞두고 입사지원서를 몇 군데 냈는데 연락이 안 와요. 그래서 직접 방문했는데 서류를 받는 직원이 '서류전형에 군필자라고 써 있는데 왜 여자가 지원하냐'고 묻더군요. 그때 깨달았죠. 이 사회에서 받아주는 사람은 능력 있고 성실한 인재가 아니라 그냥 남자라는 사실을요."

그렇게 고군분투하다가 이듬해 학과장 추천으로 식품 관련 중견기업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3년 동안 열심히 근무했지만 남편이 갑작스럽게 지방으로 발령 나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지방으로 내려가 둘째 아이까지 출산하면서 총 4년7개월 동안 경력이 단절됐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재취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경력단절 기간이 3년이 넘으니까 내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 회의가 들더군요. 그때부터는 짬짬이 어학이나 컴퓨터 공부 등 사회에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년 넘게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애 딸린 아줌마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던 것. 결국 그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 재취업 의사를 밝혔고 퇴직 당시 조건(대리)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자존심을 굽히면서 들어가고 싶지 않았겠지만 경력단절 기간에 사회가 얼마나 냉혹한 곳인지 처절하게 깨달았어요. 제게는 복직 자체가 더 큰 의미가 있었어요. 업무가 맡겨졌을 때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 자체가 중요했거든요."

그렇게 어렵게 사회 재진입에 성공한 박 이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고객사였던 대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경력단절이 길었다는 이유로 원하는 직위(과장급)와 급여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6개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지속적으로 협상했고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경력단절이 있다고 먼저 주눅들 필요는 없어요. 그 업무를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자신의 요구조건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한다면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설득시켜야 합니다."



경력단절 극복하려면 철저한 프로의식만이 살길

전문가들은 경력단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 복귀에 성공한 경력단절여성들은 틈틈이 '자기계발'에 공을 들였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특히 여성 스스로가 재무장하고 프로다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정의(40) 모두컴 기획팀 실장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전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지난 4월 새 직장을 얻은 안 실장은 "경력단절여성들이 아이들 학원비나 벌겠다는 생각으로 재취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남자들이 생존을 위한 전쟁터로 삼는 것처럼 직장생활에선 철저한 프로로서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드헌팅업체인 DHR의 김경은(39) 상무는 "상당수 후배들이 임신하면 잘리지 않을 정도만 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만두곤 한다"며 "여성인력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사회가 도와줘야 하지만 동시에 여성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체 여성 리더들의 모임 WIN(women in innovation) 멤버인 최신애 한국리서치 부사장은 "상당수 여성들이 직장과 가정 중 쉽게 직장을 포기하려 하는데 정답은 둘 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여성들에게도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명심하고 둘의 가치중심을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할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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