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개혁을 요구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교육과정은 폐쇄적이다. 기업에 의한 사회의 부패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20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헨리 민츠버그 캐나다 맥길대학 교수가 MBA(경영학 석사) 교육과정의 개혁을 주문했다. 1881년 자선사업가였던 조셉 와튼의 기부로 시작된 비즈니스 교육은 엄격한 계량화, 데이터수집, 기록축적, 통계분석, 의사결정, 사회활동 감독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전문성을 강화한 MBA는 이로부터 20여년 후인 1908년 하버드 대학이 처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서구 경제의 급성장으로 1925년부터 약 20여년간 미국내 비즈니스 스쿨은 143개로 4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MBA취득자 수도 3,357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교육수준의 질적 하락을 면하기 어려웠다. 몇 차례 교육과정이 개선됐지만, MBA교육과정은 근본적인 대책 없이 꾸준하게 양적으로만 성장해 왔다. 결국 분석만 잘할 뿐 통합해 내는 전문가를 키워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MBA를 ‘분석에 의한 매니지먼트(Management By Analysis)’로 풀이하는 우스개 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특히 언론에서 선정하는 비즈니스 스쿨의 순위가 졸업생 초봉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면서 유명 MBA 졸업장은 높은 연봉과 안정된 경력을 확보해 주는 자격증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MBA가 ‘겸손’과는 멀어지고 ‘오만’이라는 단어와 가깝게 된 계기다. 부실한 MBA교육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 교육계 최고의 인기 상품이 된 MBA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MBA 취득자들은 ‘최고의 용병’ ‘비즈니스 업계의 수퍼모델’로 불리면서 희대의 명성을 구가했다. 저자는 결국 MBA출신의 많은 경영자들은 직접적인 헌신은 회피하고 자신의 경력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기주의자가 된 것도 부실한 교육과정 탓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는 ‘사실 밖에 보지 못하는 계산형 매니저’, ‘이기적 성향의 계산형 매니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계산형 매니저’ 등을 양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인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전 세계 불황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MBA출신의 리더들이 주범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갓 대학원을 졸업한 MBA 취득자들이 조직의 운영 경험 없이 과거의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 벌어진 불행이라는 설명이다. 해법은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을 전부 바꿔야 하는 개혁에 있다. 학생을 선발할 때 현역 매니저로 한정해야 하며, 이들이 현장에서 얻었던 경험을 살리도록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현실과 부합된 이론을 가르치고 조직의 역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인간과 자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상황을 현실적 맥락과 인간관계에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변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뛰어난 경영이 어떻게든 필요하다. 그런데 세상과 동떨어진 교육을 받는 사람을 리더로 맞아들인다면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원하는 것은 신중하게 경영에 임하는 사람들을 배출해 내는 학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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