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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웰빙의 함정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자.’ 누구나 갖는 소망이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가 바로 ‘웰빙(Well-being)’이다. 웰빙은 어느덧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매스컴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의 하나이고 상품의 광고나 홍보문구에서도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 웰빙은 단순히 먹을거리 차원에 안주하지 않고 주거ㆍ놀이ㆍ의복 등 광범위한 일상생활에서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먹을거리에서의 웰빙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할인점ㆍ백화점뿐 아니라 동네 슈퍼에 가더라도 가장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반드시 유기농이라는 이름으로 웰빙코너가 자리잡고 있다. 일반 제품을 무시라도 하는 듯 대부분 목 좋은 곳에서 귀족행세를 하고 있다. 아니 실제로 귀한 제품들이다.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 식품의 홍수 속에서 찌들어 지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웰빙은 분명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이제 웰빙도 인스턴트 식품들과 다름없이 그 진위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범람하고 있다. 도처에 웰빙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비싼만큼 가치 있는지 의문 일단 ‘웰빙’ 하면 비싸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상당수의 제품이 웰빙 제품으로 ‘환골탈태’하면서 업그레이드됐다. 음료ㆍ과자류는 물론이고 고추장ㆍ된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론 가격은 비싸다. 어떤 제품은 두 배 이상인 경우도 있다. 농약과 전혀(?) 상관없는 건강에 이로운 유기농 제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웰빙 제품의 매출도 꾸준하게 상승 추세를 타고 있다. 일반 제품의 매출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반해서 웰빙 상품은 보란 듯이 잘 나가고 있다. “싼 것은 건강에 나쁜 것이고 비싼 것은 몸에 좋은 식품”이라는 생각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첨병이 바로 웰빙 식품인 셈이다. 이젠 먹을거리마저도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웰빙이라는 포장이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일반 제품도 수많은 규제를 통과하고 검증 과정을 거친 후 탄생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웰빙 바람은 몸에 나쁘다는 술 시장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이른바 저도주 추세다. 국민의 술인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20도 이하로 떨어졌다. ‘소주가 이제는 소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20도 아래로 물러난 소주를 과거보다 적게 마실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주는 대표적인 ‘헤비유저(heavy user)’ 상품이다. 때문에 과거 고알코올 시절에 주량이 한 병 정도였던 소비자들은 웰빙으로 변신한 약한 술 한 병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한 병은 약간 모자란다면서 한 병 더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과거와 비슷하게 취하는 정도로 마시게 되는 셈이다. 웰빙 제품의 또 다른 함정인 셈이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은 최고의 웰빙 선구자로 인식되면서 몇몇 마니아들의 선호제품에서 벗어나 대중 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루에 조금씩 마시면 심장병 예방효과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와인 만화는 초등학생들은 물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필독서가 될 정도다. 그렇지만 와인도 술이다. 술은 많이 마시면 취하게 마련이다. 한국인의 술 문화로는 와인을 가볍게 한 잔 마시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병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친근하다. 그런데도 와인과 삼겹살, 와인과 된장찌개 등이 ‘찰떡궁합’이라고도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코 조화롭지 않다. 와인 판매를 위한 또 하나의 상술일 뿐이다. 또 다른 스트레스 줘선 안돼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의 전통주인 스카치위스키의 최대 소비자가 한국이듯이 프랑스ㆍ칠레ㆍ미국ㆍ스페인에서 만든 포도주의 최대 소비처 중의 한 곳이 바로 우리일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벌써 이들 나라의 와인업체 대표들이 한국을 방문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일이 다반사다. 사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9,000만달러에 육박, 지난 2002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웰빙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다. 언제부턴가 웰빙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접근하고 있다. 이제는 웰빙도 진화해야 한다. 비싼 제품만이 웰빙은 아니다. 가장 훌륭한 웰빙 제품은 제철에 제 땅에서 나온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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