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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범벅을 건강식이라며… 섬뜩
[책과세상] 설탕 범벅을 건강식이라 권하는 식품회사■식품 사기꾼들(틸로 보데 지음, 민음사 펴냄)알아야 할 정보 감추고 허위광고 자선사업 명목 대중 입맛 길들여켈로그·네슬레 등 대형업체 고발… 소비자 먹거리 권리 찾기 외쳐
정승양기자 schung@sed.co.kr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해 찍은 대형마트의 식품 쇼핑 카트. 저자는 식품기업들이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써가며 건강식품, 기능식품, 유기농식품이란 이름으로 소비자를 속여왔다고 주장한다.
식품업체들의 두 얼굴을 그렸다. 독일에서 출간된 뒤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왔고 아마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국제 환경운동 단체인'그린피스'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독일 소비자보호단체인 '푸드 워치'를 이끌고 있는 틸로 보데는 켈로그, 네슬레, 페레로 등 식품업계 큰손들의 두 얼굴을 파헤친 뒤 소비자들이 먹거리에 대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 식품기업들은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써가며 건강 식품, 기능 식품, 유기농 식품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속여왔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식품기업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방법은 미량의 건강 성분을 함유시킨 뒤 설탕 덩어리 같은 식품을 건강식품으로 팔거나 효능이 증명되지 않은 기능 식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켈로그, 네슬레, 페레로 등은 어린이 간식이나 어린이 식사용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실체는 설탕범벅의 과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소비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는 감추고 허위ㆍ과대광고가 많은 것도 식품업계의 특징이다. 저자는 이런 행위는 대부분 소비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허술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합법적 사기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저자는 식품업계에서 유행처럼 벌이고 있는 공익 캠페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자선행위가 대개 자사의 특정 상품판매와 연결돼 있고 식품대기업들 자선행위의 경우 사회적 이득보다 기업의 이득이 매우 클 때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양 교육, 스포츠 후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체는 자사 제품을 쏟아내 어린이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이려는 의도라는 것. 예컨데 켈로그는 2008년부터 독일 학교에서 '아침 식사의 날' 행사를 시작했다. 어린이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해주는 학교에 재정을 지원해주는 행사다. 저자는 켈로그가 '착한 기업' 이미지를 내세워 설탕 덩어리인 시리얼을 영양식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아이들은 기업에서 내놓는 '산업용 맛'에 계속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만은 세계적인 전염병이며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식품 기업에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성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며 비만 어린이의 숫자는 비만성인의 증가 속도보다 3배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식품기업들은 학교 스포츠를 후원하는 방식을 통해 비만의 책임을 운동하지 않는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소비자는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읽기 힘든 작은 글씨로 쓰여진 성분 표시나 원산지 표시 등은 개선돼야 한다는 것. 특히 영양 성분 표시제의 경우 '신호등 표시제'를 제안한다. 빨간색(높음), 노란색(중간), 초록색(낮음) 등 신호등 색깔을 통해 소비자들이 해당 가공식품에 지방, 설탕, 소금, 포화지방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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