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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노사정위원회가 안보이는 이유


1960년대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발견된 천연가스 덕분에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가스수출 증가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이것이 소비로 연결되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됐다. 1969년에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을 올려주는 연동제까지 도입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1973년 석유파동이 터져나오면서 실업률이 급증하자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에 의존하는 계층이 급속도로 늘었다. 네덜란드는 내수 부양을 위해 연금과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오히려 재정이 나빠지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네덜란드 병'을 앓기 시작했다.

1982년 집권한 루드 루버스 총리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바세나르 협약'이다. 이를 통해 임금인상 억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기업 세금부담 완화 등 대타협을 이룰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노동 유연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자 경제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협약 체결 당시 1만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네덜란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8년 5만3,000달러까지 증가했다.

통상임금 등 산적한 현안 대응 못해

국내에서 네덜란드 모델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박 대통령도 5월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있는 모습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년 60세 연장과 맞물려 임금체계 개편 문제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 양극화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노사정위의 움직임을 보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탄생한 노사정위는 김대중 정부 초기에만 반짝 성과를 냈을 뿐 그 이후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노사정위는 지난 5년 동안 모두 15건의 합의를 도출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산업안전보건제도 개선과 같은 자잘한 것들뿐이다.



통상임금만 해도 그렇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판결을 내놓은 후 법원에 제출돼 있는 관련 소송만 100여건에 달하는 등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노사 간에 의견차이가 워낙 커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처럼 노사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사안의 경우 최선의 해결 수단은 노사정위를 통한 사회적 합의다. 그런데도 노사정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왜 그럴까. 노사정위의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근본적인 한계가 엿보인다. 노사정위는 전국 단위의 노사단체와 소수의 공익대표로만 구성돼 있어서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의제 역시 고용과 근로조건 등에 국한돼 있어서 최근 다양하게 표출되는 노동현안들을 담아내기가 어렵다.

제도개선ㆍ대통령 관심 있어야 성과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일자리 만들기 등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가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타협과 관련해서는 제도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정부의 리더십이다. 루버스 네덜란드 총리가 취임 1개월 만에 바세나르 협약을 이끌어냈던 점이나 김대중 정부 시절 초기 사회적 대타협을 이룬 데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많이 작용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이 노사정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행 과정에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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