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 산 세기의 여인

지난 23일 79세로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여자였다. 리즈는 아역배우부터 성인배우로 변신에 성공한 연기인이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연기보다 잦은 결혼과 이혼, 그리고 비극적 죽음(세 번째 남편인 영화 제작자 마이크 타드의 비행기 추락사)과 끊임없는 질병 등 개인적인 사건 때문에 더 기억되는 인물이다. 남자와 음식, 술과 약물을 닥치는 대로 가까이 했지만 리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 미모 때문에 리즈는 생애에 숱한 염문을 뿌렸고 힐튼 호텔의 상속자부터 연방 상원의원, 건설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7명의 남자와 8번(리처드 버튼과 2번) 결혼했다. 리즈의 남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명우 리처드 버튼이다. 당시 기혼자였던 두 사람은 함께 공연한 '클레오파트라' 로마 세트에서 만나 열애에 빠졌는데 이 사랑은 바티칸으로부터 비난받기까지 했다. 과격한 성격의 술꾼인 둘 다 서로를 맹렬히 사랑하면서도 툭하면 대판 싸웠다고 한다. 리즈는 버튼을 만나기 전에 결혼한 네 번째 남편인 가수 에디 피셔와의 염문으로도 미국 주부들의 욕을 들어야 했다. 빅 히트곡 '오 마이 파파'를 부른 피셔는 배우 데비 레널즈의 남편으로 둘 다 리즈의 친구였으니 리즈가 친구를 배신하고 친구 남편을 빼앗았다는 이유였다. 리즈는 버튼을 가장 뜨겁게 사랑했지만 리즈의 삶의 구원한 동반자는 동성애자인 몽고메리 클리프트였다. 두 사람은 리즈가 17세 때 연기한 '젊은이의 양지'에서 만났는데 몬티가 리즈의 첫 성인 연기를 지도해주며 돌봐주었다. 만약 몬티가 동성애자가 아니었더라면 두 사람이 결혼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리즈는 몬티를 사랑했었다. 리즈의 고혹적인 얼굴과 암팡진 성격이 스크린에서 유감없이 노출된 영화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이 원작인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다. 네글리제 차림의 리즈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남편(폴 뉴먼)에게 발정난 암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대드는 모습이야말로 실제와 허구의 구분을 허물어뜨린 연기였다. 리즈도 "파멸 직전의 여자들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여자들이야말로 내 모습"이라고 시인했다. 리즈의 연기가 돋보이는 또 다른 영화로는 '자이언트'와 '애정이 꽃피는 나무', '지난 여름 갑자기' 등이 있다.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애정이 꽃피는 나무'에서 리즈는 미쳐 죽고 역시 윌리엄스의 연극이 원작으로 광기와 동성애, 식인을 다룬 '지난 여름 갑자기'에서는 미친 여자 취급을 당한다. 두 영화 다 몬티와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