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정치판 개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조직표를 앞세워 대선 후보들의 무리한 공약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그나마 집단이기주의 정도로 일축하더라도 간부들이 한자리를 차지하려고 정치적 흥정까지 한다면 그것은 떳떳하지 못한 비도덕적 행위다.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조직의 집단행동을 개인의 입신양명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오죽하면 민주노총이 대선캠프로 몰려간 간부들을 겨냥해 정치공학에 익숙한 관료집단의 처신이라며 노동운동가로 행세하지 말아야 한다고 성명서까지 냈을까 싶다.
노조의 정치화는 앞다퉈 파업현장을 찾아가 노조간부들 입맛에 맞는 공약을 내걸고 있는 대선 주자들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한국노총에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한국노총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며 반성문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이러니 노조의 경영참여를 법으로 보장하고 노조 조직률을 높여주겠다는 식의 마구잡이 공약이 쏟아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산업현장에 어떤 폐해를 미치는가는 한진중공업 사례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권은 더 이상 노조활동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노조 간부들도 선거 때면 이리저리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자리 욕심이나 챙기는 위선적 가면을 벗어 던져야 한다. 모름지기 양식 있는 노조라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실업자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서는 등 공공이익을 앞세우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앞세워 포퓰리즘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까지 궐기하면 대한민국 경제는 한마디로 달리는 호랑이 등의 형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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