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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조개혁 시급한 대학교육


하연섭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저출산 문제가 우리 사회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그 직접적인 영향은 학령인구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20년 전인 1995년과 비교할 때 초등학생은 약 120만명, 중학생은 약 76만명, 그리고 고등학생은 약 33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고등학교 졸업자 수의 감소와 대학 진학률 감소가 겹쳐지게 되면 대학입학자원 규모가 크게 감소해 상당수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사태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수 급감·대학원 경쟁력 약화

우리 사회는 해방 이후 팽창하는 인구와 성장하는 경제에 익숙해져 있고 교육 시스템 또한 인구와 경제의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설계됐다.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교육의 작동 원리가 완전히 바뀌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팽창 지향의 교육체제로부터 감축 관리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줄어드는 인적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이 새롭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교육은 그동안 당연시되던 초과수요 상태에서 전대미문의 과소수요 상태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기존 논의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구조개혁에만 집중돼 있지만 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 내용에 대한 구조개혁이 반드시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중에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우리 대학원 교육의 혁신이다. 많은 사람들은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가 이른바 하위대학에만 집중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하위대학들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이들의 교수요원을 배출하던 상위권 대학의 대학원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학구조개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학의 교수진은 대부분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로 채워져 있으니 우리나라 대학원이 받을 충격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학문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대학원 시스템 붕괴는 우리 대학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끌고 갈 창의력을 갖춘 고급인재를 우리 대학들이 스스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원 교육의 혁신과 함께 소수 연구중심대학에 대한 집중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교육의 사회적 부응도도 대폭 향상시켜야 한다. 산업 현장에 직접 응용 가능한 지식의 창출과 인재 육성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은 여전히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직업세계의 변화에 대학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학생 시각에서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졸업생의 전반적인 취업역량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산업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과감한 정원조정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교육 역할 분담 명확히 해야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대학들 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교수요원의 상당수를 외국 대학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교수들에 대한 평가가 연구 성과 위주로 이뤄지는 것도 대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수요에 대응해서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중심대학들을 더욱 과감하게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간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대학 간 역할 분담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모든 대학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서는 하드웨어적인 구조개혁이 진행되더라도 대학교육의 구조개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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