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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은 리더에 대한 갈증이 넘쳐난다. 대선도 아닌데 매스컴은 리더와 영웅 이야기를 쏟아낸다. 조선건국을 주도한 개혁가 정도전부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라'는 정조임금,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돌연변이 히어로들까지. 리더가 영화와 드라마를 점령했다. 안타까운 현실, 보이지 않는 해법. 그 속에서 사람들은 허구 또는 역사 속 이야기로 타는 목을 적시고 있다. 이 책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로 조선시대 정치가이자 경세가인 류성룡을 제시한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원인과 상황, 종결에 이르는 과정을 기술한 '징비록(懲毖錄)'을 집필한 조선시대 재상이다. 징비는 '전에 있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해 삼간다'는 의미다.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과 군 최고사령관(도체찰사)으로 업적을 쌓았던 류성룡은 전쟁 후 7년간 징비록을 쓰며 후손에게 경계의 교훈을 전했다. 책은 류성룡을 뛰어난 정치리더이자 경세가로 조명한다. 정치가와 경세가로서의 리더십은 명·왜의 조선분할획책을 막아낸 사건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식량을 모아 군량을 댄 업적으로 자세하게 소개했다.
정치사회학자인 저자는 리더 류성룡을 소개하기 위해 징비록은 물론 류성룡이 남긴 보고서 형식의 상소문과 공문 등 549건의 자료를 분석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백성이 즐겁게 따르게 해야 한다'는 류성룡의 신념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 중간엔 지금 봐도 뜨끔할 만한, 420년 전 류성룡이 남긴 지적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언제나 급합니다. 어찌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허둥지둥하다가 그만 일을 그릇되게 처리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그 일이 지나고 나면 금방 해이해집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큰 폐단입니다." 징비 없이 반복되는 위기 앞에 무릎 꿇기만 되풀이 해온 한국 사회. 그래서 더 류성룡의 리더십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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