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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생색만 내는 통신정책


얼마 전 집안 어르신의 휴대폰을 개통해드리기 위해 중고 휴대폰을 가지고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지난 5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앞으로는 중고 휴대폰을 개통할 때도 최대 30%대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 참이었다. 이전까지 이통사 대리점에서 구입한 휴대폰으로만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던 데 비하면 어느 정도 제도 개선이 이뤄진 셈이라 소비자로서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기자는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할인을 받으려면 월 요금이 최저 3만원 이상인 정액요금제에 가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통화량이 적어 월 요금 1만원대의 표준요금제를 택하는 노년층이나 주부 등은 제도 개선의 혜택을 전혀 못 받는 셈이다. 블랙리스트 제도를 통해 유통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중고폰'이나 저렴한 '마트폰'등을 가장 많이 이용할 이들이 바로 노년층이나 주부들인데도 말이다. 이들이 굳이 3만원을 넘어가는 정액요금제를 택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나 이통사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블랙리스트 제도를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손질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저렴한 요금제를 원한다면 저가 통신사를 찾는 게 맞지 않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 CJ헬로비전이나 온세텔레콤 등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들은 20~50%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한 상태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100%의 정보를 갖고 움직이는 소비자들은 없다. 현실적으로는 MVNO가 뭔지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인 데다, 안다 해도 갓 출범했거나 아직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한 MVNO보다 기존 이통 3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블랙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의 차이를 공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100%의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제도다. 그런데 방통위와 이통업계가 내놓은 개선책은 이상하게도 대다수의 혜택을 무시하는 방향을 택했다. 마감 기한만 맞춰 내놓은 정책으로 생색만 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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