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얽히고설킨 선악의 실타래 보여주고 싶었죠

■ 애니메이션 '사이비' 연상호 감독<br>거짓으로 현혹하는 장로·목사<br>진실 말하는 술주정뱅이 폭군<br>이들을 둘러싼 주민 충돌 그려


영화 '사이비'의 한 장면.

미국·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어두운 느낌과 거친 그림 스타일, 명확한 주제 의식은 애니메이션 감독 연상호(35·사진)만의 확실한 특징이다. 지난해'돼지의 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에 새 지평을 연 그가 두 번째 장편'사이비'(21일 개봉)를 내놓았다.

전작(前作)'돼지의 왕'이 학교 폭력을 소재로 계급(혹은 권력)과 폭력, 먹이사슬의 하부구조인 약자끼리의 반목을 그려낸 것처럼, 우리 사는 세상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묵직한 주제의식은 이번 작품에도 변함이 없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연 감 독을 만나 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사이비'는 맹목적 믿음이 빚어내는 허상에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다. 댐 건설로 수몰되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기적을 빙자해 삶의 터전을 잃어 불안해지는 사람들을 현혹하는 교회 장로와 그를 도울 수 밖에 없는 목사, 이 모든 거짓을 알지만 평소 그릇된 행동으로 손가락질 당할 수 밖에 없는 술주정뱅이 폭군 사이의 대립이 주된 갈등 구조다. 거짓을 말하지만 누구나 착하다 믿는 악인과 진실을 말하지만 누구나 나쁘다 믿는 한 사람의 충돌, 종교와 인간관계 속에서 선악의 경계에 대해 다시금 곱씹게 하는 영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선과 악의 단순 논리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많죠. 워낙 살아내는 게 힘드니 대다수가 복잡한 사회 구조를 외면하거나 단순화 하는데 익숙한 것 같습니다. 실상은 우리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여러 모양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이비'에서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드넓은 스펙트럼을 오롯이 드러내 보이는 인물로 연 감독은 목사를 꼽았다.

"사기꾼 장로의 계략을 모두 알지만 그냥 눈 감아 버리죠. 이제와 하나, 둘 모든 걸 밝히고 드러내는 것 보다 자신이 입을 다물면 더 나은 결과가 만들어 질 거라 판단한 거죠. 더욱이 목사는 숨기고 있던 자신의 과거가 점차 드러나면서 점점 복잡한 내면을 내보이게 됩니다. 어느 누구든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모두 만족하는 바른 판단을 이끌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극 중 목사의 내면의 갈등, 선과 악의 드넓은 스펙트럼을 오가는 모습은 대다수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사이비'는 지난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음은 물론 지난달 제46회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하고 박수를 보냈다.

연 감독은 현재 다음 작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사회의 다양한 층위,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는 주제의식은 여전히 일관된다.

"(차기작 작업에 들어간 지)4개월 됐습니다.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이 서울역에서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일을 다룹니다. 장르로 보면 좀비 영화에 가깝습니다.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세심한 관심은커녕 뭇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 중 하나일 뿐이죠. 눈에 보이는 데도 외면하고. 모든 게 다 보이고 열려있지만 실상은 세상 사람들과 철저하게 고립돼 있는 이들이 겪는 공포심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