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키프로스 구제금융안, 법원서 제동

"정당한 보상없는 헤어컷 부당" … 가처분 신청 승인<br>부유층 편법으로 자금 해외 빼돌리기에 혼란 가중


키프로스 구제금융안이 합의문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키프로스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키프로스의 니코시아지방법원은 3월30일(현지시간) 키프로스은행(BoC) 예금자에게 매겨진 헤어컷(손실상각)이 부당하다며 현지 변호사들로 구성된 스텔리오스아메리카노스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정당한 보상이 없는 헤어컷은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며 첫 정식 재판이 열리는 2일까지 헤어컷을 금지한 것이다.

이날 법원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나 추가 언급이 있기 전까지 BoC 내 원고 계좌의 금액이 줄거나 늘어나는 것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구제금융의 핵심을 법원이 거절했다고 평가했다.

이보다 앞선 28일에도 법원은 "구제금융으로 BoC 주주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키프로스 헌법은 물론 유럽 인권선언에도 반하는 일"이라며 키프로스 교회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31일 정부는 모든 BoC 주주들에게 일정 수준의 투표권을 갖는 일명 'D유형'의 새로운 주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키프로스 정부 관계자들은 법정싸움을 벌일 필요 없이 대법원에서 충분히 소명해 정상적인 구제금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만약 이 소명이 먹히지 않을 경우 키프로스 구제금융의 해법이 근본적으로 꼬일 것으로 우려된다.

키프로스 소송절차상 최종 판결까지는 통상 1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헤어컷이 이뤄지지 않으면 구제금융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키프로스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키프로스 은행에 돈을 예치한 고객들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해 이미 복잡해진 구제금융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현재 키프로스 은행 예금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 예금자들이 이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십억달러를 키프로스 은행에 예치한 우크라이나 기업들 또한 법적 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키프로스 국민들은 이번주 안에 BoC와 라이키은행를 상대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이 자사 주식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투자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재기구를 만들어 대처하겠고 밝혔지만 혼란이 예상돼 이 또한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키프로스 대형은행 예금 중 10만유로 이상에 최대 80%의 헤어컷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자 부유층을 중심으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모럴해저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1일 FT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에만도 20만유로 이상의 현금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된 사례가 3건에 이른다. 키프로스는 자본통제를 실시해 하루에 해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현금을 1,000유로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 은행의 예금을 빼내줄 테니 거액의 수수료를 달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기업인인 세르게이 튤레네프는 "최근 키프로스 은행에 있는 100만유로의 예금을 빼내줄 테니 20만유로를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당국은 항구지역 감시를 크게 강화하는 등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