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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심자 수·동선 오리무중… '방역전쟁' 시민 손에 달렸다

■ 통제수준 넘어선 메르스<br>일반인 접촉 집계 불가능… 격리자 수천명 시간문제<br>"자발적 협조 기댈수밖에"<br>에어컨필터 조사 소식에 공기전파 불안감 높아져<br>핫라인에 문의전화 빗발

굳게 닫힌 평택성모병원, 5일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평택성모병원 정문에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병원의 이름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지난달 15~29일 병원을 방문한 사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평택=송은석기자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와 일반인들의 접촉을 차단하는 데 실패하면서 '통제 수준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제 메르스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밀접접촉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게 됐다. 서울시가 메르스 환자인 대형병원 의사와 접촉한 이들만도 1,565명이라고 밝혔고 보건복지부는 1,820명이 격리 대상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이 계산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4번째 환자가 경기도와 서울의 버스터미널에서 접촉한 사람 수, 버스 동승객 수 등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들 밀접접촉자의 경우 사실상 방역을 시민들의 협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5일 열린 메르스 정례브리핑에서 "14번째 확진자와 앞좌석·옆좌석 등 근거리에 있었던 사람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며 "환자의 버스 탑승 시간을 공개해 이 기간 터미널을 이용한 사람들, 버스 동승객 등의 증상 발현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체외로 배출돼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48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4번째 환자가 하차한 후 해당 버스를 이용한 승객도 감염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메르스의 진원지가 됐던 병원도 평택성모병원으로 특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 메르스 환자들이 격리 조치되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병원을 옮기거나 전원(병원을 옮김) 조치되면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병원도 E·F병원, 서울 소재 대형병원 등으로 늘어났다. 특히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병원 의사의 경우 원내에서만 환자와 의사 등 총 49명과 밀접접촉한 것으로 보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들의 가족 일부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16번째 환자가 입원한 E병원 6인실에서는 환자 1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메르스에 감염됐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5명의 명단을 살펴보면 37번째·39번째·40번째 환자의 경우 B병원에서 여러 확진자들과 함께 같은 병실 혹은 병동을 사용한 이력이 있다. 이제는 첫 환자로부터 메르스가 옮은 2차 감염 사례인지, 아니면 2차 감염자로부터 전염된 3차 감염사례인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이미 4차 감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이 현재 메르스 감염 여부를 따지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 검사 건수만도 199건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메르스 사망자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4명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권 반장은 "환자 중에서 현재 가장 불안정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 분은 33번째 환자"라며 "다만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령이신 환자분들도 많아 그때그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격리 대상자가 수천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이날 현재 기준으로 1,820명이지만 서울시가 대형병원 의사에게 노출됐다고 밝힌 1,565명에 대한 추적조사가 마무리되면 격리 대상자 수는 급증할 수도 있다. 격리 대상자 중에서 고령자·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35%를 시설 격리하겠다던 당국의 방역대책은 특정 병원을 메르스 전용 병원으로 지정하지 않는 한 이미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 돼버렸다.

공군의 한 원사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도 군대라는 특수공간을 고려할 때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이날 여군 하사도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83명이 격리 조치됐다.

이런 가운데 당국의 발표와 달리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평택성모병원의 에어컨 필터 등을 조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복지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민간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회를 맡고 있는 최보율 한양대 의대 교수는 "가스 실험을 하는 것은 비말(침 등) 등이 공기에 실려 얼마나 날아가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르스 핫라인에는 하루 평균 4,000여건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평택성모병원뿐만 아니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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