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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3월 12일] 기업이해에 휘둘리는 안보

지난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생산된 미국 공군의 공중급유기들을 교체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미 국방부는 이를 위해 최근 공중급유기 조달 입찰을 실시했는데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가 정책결정에서 최우선 순위로 삼는 '군수품 조달 프로그램'은 정치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공정하게 작동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방위산업체인 노스럽그루먼사(社)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입찰조건이 보잉사에 유리하다"며 "400억달러 규모의 공중급유기 공급입찰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잉이 유일한 입찰자로 남게 됐다. 2008년 실시된 공중급유기 입찰경매에서 노스럽은 보잉을 제치고 공급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노스럽은 급유기 생산을 위해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과 제휴관계를 맺어 컨소시엄으로 입찰을 따냈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입찰 자체가 취소됐다. 보잉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州) 의원들은 애국심을 무차별적으로 내세웠다. 보잉은 연방회계감사원(GAO)에 입찰결과를 항의했고 GAO는 공군이 입찰과정에서 계산착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입찰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잉은 입찰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며 더욱 강경하게 나갔다. 2008년은 대선이 있는 해여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얼른 덮어버려야 했다. 국방부는 결국 입찰을 취소하고 2년 후에 다시 실시하겠다고 했다. 노스럽은 "입찰조건들이 수정되면서 보잉의 더 작고 저렴한 767기가 (다음 입찰에서) 승리할 게 확실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애국심에 기초한 보호무역주의는 이 사례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군수품 공급입찰에 참여하는 모든 입찰자들은 정치적 압력에 따라 기본 규칙들이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어느 업체의 급유기가 공군의 필요를 가장 잘 충족하는지 언급하지는 않겠다. 노스럽과 보잉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내 관련산업에서 1,000억달러의 규모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의 손으로 뽑힌 공무원들이 안보와 직결된 결정을 내릴 때 기업들의 편협한 이해관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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