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정보 예술시대가 왔습니다.” 개념미술과 현대음악을 전공한 재미 작가 코디 최(45ㆍ사진)는 ‘적극적인 정보 활용’이 인터넷시대에 예술이 가야 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시각적인 감성이 중요한 요소였고, 모더니즘 이후는 아이디어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정보 없이 창작을 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미 현대음악에서 컴퓨터가 없어서는 안될 도구로 자리잡은 것처럼 미술도 데이터베이스(DB)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고 이를 엮는 과정이 바로 창작활동”이라고 말했다. pkm 갤러리에서 지난 26일부터 3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그는 정보미술을 국내 처음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패턴과 색깔을 겹겹이 얹어놓은 후 인쇄한 최근작 ‘DB 프린팅’과 80년대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한 초기작을 선보인다. 갤러리에는 서양문화의 대표 아이콘인 다비드상을 해체, 자신의 얼굴을 대입한 밀랍 조각, 휴지를 분홍색 소화제에 담궈 만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등 시대를 앞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DB프린팅은 다층 구조로 이루어진 컴퓨터 세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포스트모더니즘은 해체와 개념생성이 전부였으나, 정보미술은 ‘겹치기를 통한 차이 만들기(multiply difference)’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80년대 이민을 떠났던 그는 동서양의 문화적 충격과 이를 해소하는 과정을 작품에 녹이는 과정을 삶의 지표로 잡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미국을 잘 안다고 생각했으나, 돌이켜보면 미국에 대한 나의 사전지식은 엉터리 투성이였어요”라면서 “휴지로 만든 로뎅의 조각은 십 수년 서양을 공부한 내 지식이 소화 안된 어설픈 상태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의 주류 문화사조를 모더니즘이라고 보고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한국 모더니즘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세기 문화지형도’(안그라픽스 펴냄)를 출간했다. 뉴욕대학과 이화여대 등에서 10여년간 강의한 내용을 담은 책을 통해 저자는 “20세기 이후 우리를 주도하는 문화 근간은 서양에 뿌리를 두고 있어 밑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을 잃거나 기형을 낳기 쉬울 뿐 아니라 ‘아류 문화’로 취급 받기 쉬워요”라면서 “문화의 시대에 문화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1월15일까지.(02)734-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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