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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에 향기 잃은 '사법부의 꽃'

권순일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 73배 차익 땅 논란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4명인 대법관은 '사법부의 꽃'으로 불린다. 법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자 사법부의 정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법관들에게 국민들이 기대하는 도덕성의 수준도 높다.

하지만 그동안 임명과 퇴임 과정에서 드러나는 대법관들의 도덕성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였다. 인사청문회 검증에서는 부동산투기, 탈세 의혹에 어김없이 걸려드는가 하면 임기를 마친 후 '전관예우'를 받지 않는 대법관들도 손에 꼽았다.

지난 2000년 도입된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을 괴롭힌 것은 단연 부동산투기 의혹이다. 2012년 대법관 후보자로서 처음으로 중도낙마한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도 저축은행 수사 개입 논란과 함께 부동산투기 의혹이었다. 김 전 지검장이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2건의 위장전입을 한 게 투기 목적이라는 의혹을 받은데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며 취득·등록세를 낮추기 위해 거래가격을 반으로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25일 열린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부동산은 '뜨거운 감자'였다. 권 후보자가 춘천지법 판사로 재직할 당시 연고도 없는 경기도 화성 일대에 땅을 사들여 73배가 넘는 차익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특히 땅 소유권을 정리하며 춘천을 기반으로 사업하는 중견 건설업체 기업인이 공시지가 7분의1에 불과했던 토지거래 공동매매권리를 포기했다는 스폰서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대법관들의 퇴진 역시 전관예우 관행 속에서 불명예에 휩싸였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5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변호사사무실을 연 지 5개월 만에 수임료로 16억원을 벌어들인 게 결정적인 사유가 됐다. 한때 강직함과 청렴함의 대명사로 불렸던 안 전 대법관이었기에 퇴임 후 거둔 고액의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이 더 컸다.

김능환 전 대법관도 지난해 8월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의 고문변호사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 일었다. 그는 퇴임 후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채소가게에서 일을 도와 '편의점 대법관'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지만 5개월 만에 변호사로 변신해 이상득 전 의원, 한명숙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의 사건을 연달아 맡았다.

이날 권 후보자는 퇴임 후 활동에 대해 "저는 대법관을 마치고 나면 저술하고 후진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전관예우를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2000년 이후 퇴임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은 대법관 출신은 김영란·조무제·김황식·전수안 전 대법관 등 겨우 4명에 불과하다. 학계 출신인 양창수 대법관도 오는 9월 퇴임한 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둥지를 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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