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장의 최대 현안인 임금피크제에 대해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적극적인 의지와 열린 자세를 보인 것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의 72.5%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고용안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으며 청년 등 신규 채용 확대에 도움을 준다는 근로자들도 64.4%에 달한다. 일반의 우려와 달리 임금피크제가 고용시장 불안을 해소할 대안이라는 인식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장년층 근로자들이 세대 간 상생고용에 나서겠다는 실천 의지를 새삼 확인했다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임금피크제가 청년 고용과는 아무 관계도 없으며 오히려 고용불안과 임금감소의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노동계 일각의 상투적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현장 여론이 이런데도 양대 노총은 임금피크제를 '행정독재'로 규정하고 15일 총파업 투쟁까지 예고해놓았다. 공청회마저 물리력으로 저지하며 불법 정치파업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노동계 상층부가 조합원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투쟁의 도구로만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노동단체 지도부는 달라진 시대 흐름을 직시하고 무엇이 진정 노동자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깨달아야 할 때다. 정부도 임금피크제 개시연령이나 직급별 운영방안 등 표준모델을 보급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해 노동계의 변화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굳이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노동시장 개혁은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생존전략이다. 노사가 합심하면 노동시장 개혁의 첫 단추인 임금피크제를 정착시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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