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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흔들린다] 2. 전자상거래 팔 제품 없다면
입력2000-01-31 00:00:00
수정
2000.01.31 00:00:00
정승량 기자
그리고 금융위기로 좌절된 선진국 진입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냐 한다. 그러나 수출전선이 맑지 않다.31일 오후 2시 산업자원부에서는 의미있는 모임 하나가 열렸다.
삼성과 현대종합상사 등 종합상사 고위 임원과 산업연구원(KIET), KIEP(대외경제연구원),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 등이 참석한 이 모임의 명칭은 「해외시장 분석기획단」.
「해외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김상렬(金相烈)심의관은 『미국에선 정보통신과 결합된 첨단제품이 잘 팔리지만 중국 등 우리 주력수출시장은 기존 제조업품목 수출이 압도적』이라며 『우리만 너무 앞서가고 있지 않느냐는 다소 발상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유능한 인력은 떠난 후 3류 인재만 몰려드는 가운데 제조업은 「재래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지만 우리 수출산업 근간은 역시 제조업이라는 상식을 재확인하자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자리에서 이들은 벤처를 향한 골드러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리 수출시장은 여전히 제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현실을 재 확인했다.
올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1,600억달러, 수입은 1,480억달러, 무역수지는 12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또 수출시장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34%에 달하지만 아직까지 벤처기업 수출물량은 아직 미미한게 현실. *표 참조
치열한 경쟁속에서 우리나라가 10대 수출국에 들고 비교적 큰 규모의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큰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기술이나 품질이 좋아졌다기 보다는 환율하락으로 수출가격이 싸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술장벽과 갈수록 빨라지는 후진국의 추격에서 우리 수출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을 높히는 길 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인터넷 벤처 열품이 불면서 실물경제의 중요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
수출품목이나 내용면에서도 문제는 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가 조선 유화등 몇몇 품목이 수출을 선도하고 있지만 세계 일류로 내세울만한 품목이래야 반도체 철강 조선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나머지 대부분의 수출품의 경우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갈길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단기간내에 기존 수출품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수출상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자전거경제」로 불려왔다. 페달을 계속 밟아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 페달은 산업국가 건설을 통한 「수출」을 의미했다.
정보혁명시대에 벤처와 인터넷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신산업의 대표격인 IT산업 비중은 아직 GDP(국내총생산)대비 약 6.9%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IT산업은 외국의 경우를 볼때 건강한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지 않는 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점에서 실물경제를 과소평가하는 시각은 한계가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송상훈(宋相勳)선임연구원은 『 전자상거래가 발달한다 해도 당장 팔아먹을 제품이 없으면 발달된 전자상거래가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식 사고가 압도적인 우리나라 일각에선 최근 인터넷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만사 OK라는 의식이 팽배하지만 일본, 유럽 등은 기존 제조업의 기본기술을 최첨단으로 올리는데 더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볼트-너트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반도체, 자동차 100원어치를 수출하려면 기본부품 50원 이상을 수입해오는 구조속에서 날개부터 달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의 첨단기술도 벤처라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기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환율로 간신히 버티고 있고 당장 국제원유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전긍긍하고 있는게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각 국내 30대그룹이 실현한 사상 최대 이익은 R&D투자 및 신규투자 전면 유보, 금리인하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당장 2~3년 후부터 투자유보의 타격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宋연구원은 『제조업이 국내에서 왕따당하고 해외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정보통신 기술뿐 아니라 제조업 핵심기술도 중요하다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승량기자S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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