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업·폭·절' 없는 사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 ‘절’도죄의 앞자를 따서 법조인들은 업폭절이라고 부른다. 형사사건의 대부분을 이 같은 유형의 범죄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생겨난 약칭인데 필자가 30년 전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 처음 접한 형사 모의기록도 업폭절에 관한 것이었다. 자동차보험이 일반화되면서 ‘업’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 도로교통법 위반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 위반죄(도주차량) 등으로 세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선량한 사람도 자칫하면 걸리기 쉬운 죄가 ‘업’인데 판례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행위를 ‘업무’의 개념에 포함시켜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통상의 주의의무보다 높게 설정해놓았다.(업무상 과실은 중과실과 같이 취급된다.) 대도시의 교통질서가 많이 좋아진 이유 중의 하나는 교통위반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사면까지 있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기분으로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 최소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음주운전ㆍ신호위반ㆍ과속ㆍ무단추월ㆍ무면허운전)만이라도 사라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폭력은 보통 주먹이나 흉기 등을 이용해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요즈음도 야간에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더욱이 폭력을 미화한 영화들이 흥행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작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부쩍 늘어난 언어폭력이다. 점잖은 분들까지 마구 쏟아내는 막말과 사이버 공간을 가득 메우는 불쾌한 언어들. 과연 그러한 언어폭력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조속히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언어폭력이 더 이상 창궐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절도죄의 유형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배고픈 사람이 남의 물건 훔치는 것은 그래도 동정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떼어먹고(탈세), 속여먹고(사기), 뜯어먹고(공갈), 뺏어먹고(강도), 받아먹는 것(뇌물)이 판을 친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고 하지만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 공짜로 남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그냥 가져가는 절도보다 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차 한대씩은 갖고 살게 됐고, 말을 안하고 살 수는 없고, 살아가는 데 돈은 꼭 필요하다. 업폭절이 줄어들면 변호사들은 그만큼 더 어려워지겠지만 다른 일을 해서라도 먹고살기야 하겠지. 업폭절이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