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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펀드업계의 이상한 해석


같은 사안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정반대로 갈리고는 한다. 보는 이의 시각과 마음가짐, 처지에 따라 의미 부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은 컵에 담긴 물을 두고도 '물이 반밖에 안 찼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이 반이나 찼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요즘 펀드업계에는 이상한 해석이 팽배해 있다. 장본인은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이 50% 미만인 일부 증권사ㆍ은행과 이들의 계열 운용사들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계열사 몰아주기를 근절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펀드 판매 50%룰'을 시행했다. 증권사나 은행 등 펀드 판매사가 계열 운용사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한 것.

취지와 달리 몇몇 회사들의 해석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방점이 '계열사 비중을 잘 관리해 공정경쟁을 해보겠다'가 아니라 '50%를 밑도니 이참에 50%까지 꽉 채워 계열사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쪽에 찍힌 것이다. 심지어 운용사 대표가 나서서 대놓고 "우리 회사는 계열 판매사 비중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계열사 덕을 더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50%룰이 계열 판매사가 없는 운용사들에 어느 정도 활로를 마련해주겠지만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계열사 판매 비중이 50%를 넘어야 규제 위반이고 계열사에서 대놓고 밀어주기 판매를 하지 않는 한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해석, 즉 마음가짐에 있다. 정작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규칙을 성의껏 따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경기는 엉망이 되고 만다. 대형사 간 교환(바터)거래 등 부작용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것도 애초 대형사를 중심으로 50%룰을 탐탁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부 운용사에 반도 안 찬 물컵은 '반이 찰 때까지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우대권'으로 해석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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