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위해 절실" 18년 논란 끝내자<BR>대형화추세 금융업환경 변화대비 자본확충 시급<br>고객중심 내실·투명경영땐 보험소비자에도 혜택<br>공헌기금 발표에도 "차익 배분" 요구가 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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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생보사 상장을 앞두고 지난 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출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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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 1월8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생보사 상장을 규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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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험산업]생보 상장이 출발점
"경쟁력 강화위해 절실" 18년 논란 끝내자대형화추세 금융업환경 변화대비 자본확충 시급고객중심 내실·투명경영땐 보험소비자에도 혜택공헌기금 발표에도 "차익 배분" 요구가 난관으로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남궁훈 생명보험협회 회장이 생보사 상장을 앞두고 지난 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출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 1월8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생보사 상장을 규탄하고 있다.
생명보험 산업은 수십년간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다양한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사회보장을 보완하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정적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업계 공동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6일 남궁훈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앞으로 20년간 생명보험 업계에서 1조5,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모으겠다고 발표했다.
생보업계가 사회공헌활동을 천명한 후 생보사 상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덕윤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심사부장은 “재정경제부와 증권선물위원회ㆍ금융감독위원회의 조율을 거쳐 오는 27일 금감위가 이를 최종 의결하면 생보사 상장에 따른 걸림돌은 모두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9~10월 첫 상장사가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생보사들이 상장을 위해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생보업계의 사회공헌기금 모집목표 1조5,000억원은 당초 알려졌던 1조원선을 크게 웃돌며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이 갹출을 요구한 1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재평가 차익에 대한 이익배분 문제가 거론된 삼성ㆍ교보생명 두 회사가 부담할 금액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서는 여전히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기금모집 발표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주주가 과거 계약자의 기여를 인정, 보상하는 것이 상장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정치권도 상장차익 배분을 요구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 상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말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설치한 ‘생명보험사상장자문위원회’가 활동을 마치면서 발표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단락됐다. 자문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생명보험사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장에 걸림돌이 없으며 기존 유배당 계약자에 대한 배당은 선진국에서 활용하는 자산할당모형(asset share)으로 검증했을 때 이미 충분하다는 요지의 결론을 내렸다. 거래소가 사실상 생보 상장절차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동민 상장자문위원장은 “생보사 상장의 법적 걸림돌이 제거되고 생보사들이 주주와 계약자간의 불신을 해소하는 길을 마련했기 때문에 생보사 상장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보험 전문가들은 상장으로 보험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발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보험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외국계 보험사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해상ㆍ화재 등 정통 손해보험 상품의 영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은 2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영업한계에 도달한 보험사들이 해외 진출 등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향후 영업환경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장 부수효과로 생보사들이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5년간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과 환급금 누적액은 무려 164조원. 2005년 말 기준 생보사 총자산 234조원의 절반이 넘는 122조원이 국공채에 투자돼 장기자금 공급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생보사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은행은 97년 이후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업무영역 확대로 대형화에 성공했고 증권산업은 내년에 ‘자본시장 통합 관련 법률(자통법)’이 시행되면 은행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게 된다. 이 같은 금융업계 환경 변화에 대비해서도 상장을 통한 자본확충 기회가 생명보험사에 주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이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공개를 통한 자본 확충과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ㆍ겸업화 추세에 대응하고 있다. 2005년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인 포천지가 발표한 ‘글로벌 500’ 자료에 따르면 ING그룹은 1조1,773억달러, 악사(AXA)는 6,537억달러, 아비바(Aviva)는 4,459억달러의 자산규모로 전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ING그룹은 국내에서 이미 영업을 시작해 시장 점유율 5%, 생보사 보험계약 순위 기준으로 국내 4위에 올라섰다. 악사는 3월 교보자보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해 국내 진출을 확정했고 아비바도 국내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 게 기업 M&A 전문가들의 귀띔이다. 국내 경쟁에서의 한계에서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도 자본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생보사 상장에 따른 과실은 단순히 주주들뿐 아니라 계약자와 전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감안할 때 18년 만에 돌아온 상장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상장된 미국 푸르덴셜은 상장 이후 영업이익이 개선돼 상장 당시 제시했던 자기자본이익률(ROE) 12% 목표를 불과 4년 만에 달성했다. 주주의 감시 등으로 주가도 150% 이상 올랐다. 김두철 상명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생보사가 상장되면 감시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해져 이익 중심의 경영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고객 중심의 내실경영을 하면 결과적으로 보험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美푸르덴셜, 상장후 4년…
적자상태서 ROE 12% 넘어서 순익 10배늘고 주가 120%상승
미국 푸르덴셜그룹은 지난 2001년 12월에 상호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숱한 주주들에게서 '경영 비전'을 제시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상장 직전인 2000년 3억9,800만달러에 달했던 당기순이익이 상장 첫 사업연도인 2001년에는 1억5,4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의 최고경영자(CEO) 아서 F 라이언 회장은 상장 직후 가진 실적발표에서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자기자본이익률(ROE) 12%를 달성해 주주와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약속했다. 적자인 푸르덴셜이 제시한 이 같은 내용을 믿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상장으로 '총알'을 장전한 푸르덴셜은 4년 만에 CEO가 제시한 약속을 지켰다. 상장 이후 확충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조정과 경영전략 다각화를 추진해 획기적인 경영지표 개선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뉴욕 월가에서는 "늙은 공룡이 환생했다"고 격찬했다.
푸르덴셜의 총자산은 2001년 2,929억달러에서 2005년 말에는 4,177억달러로 무려 42%나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2001년 적자에서 2002년 1억9,4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03년 12억6,400만달러, 2004년에는 22억5,600만달러, 2005년에는 34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상장 4년 만에 순이익 규모가 10배가 가까이 늘어났다.
ROE는 2001년 적자로 인한 '산정불능(NA)'에서 2002년 6.35%에 이어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7.54%, 10.19%로 늘어났고 2005년에는 약속했던 12%를 넘어 12.43%를 기록했다.
주가도 급등했다. 2005년 말 푸르덴셜 주가는 상장 직후인 2001년 말보다 무려 120% 상승, 해마다 30% 가까이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메트라이프의 주가 상승률 55%, 하트퍼드의 37%를 배 이상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푸르덴셜금융그룹은 2005년에 35억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중 해외 부문 14억2,000만달러, 보험 12억3,000만달러, 투자 부문 4억달러, 기타 부문에서 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푸르덴셜 투자 부문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49%에서 2005년 20%로 낮아진 대신 보험영업 비중은 이 기간에 22%에서 34%로 높아졌다. 해외 부문의 비중도 16%에서 40%로 급격히 증가해 푸르덴셜의 새로운 수익 중심으로 부상했다.
입력시간 : 2007/04/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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