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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펀드슈퍼마켓의 위기


"펀드 보수보다 운영비로 내는 돈이 더 많은데 펀드슈퍼마켓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매각하는 게 낫겠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임원의 말이다. 지난해 4월 금융상품 독립판매채널로 출범했던 펀드슈퍼마켓이 1년여만에 위기에 처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어간 반면, 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적어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은 탓이다. 218억원이었던 자본금은 지난달 말 기준 98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순손실은 120억원에 달한다.

운영사인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최근 주주간담회를 갖고 회원사들에 증자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초기 비용이 들어간 것이라며 앞으로 전망이 밝은 만큼, 증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서 증자를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주 가운데 초기 설립자금 외에 추가로 낸 운영비가 펀드슈퍼마켓에서의 펀드판매를 통해 얻은 운용 보수 보다 3배가 많은 곳도 있다. 심지어 공모펀드를 판매하지 않아 펀드슈퍼마켓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하는 주주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증자를 통해 종합자산관리계좌 사업까지 하겠다고 하니 주주들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펀드슈퍼마켓이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할인마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펀드슈퍼마켓의 판매보수는 대략 일반 펀드몰 대비 절반이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실무자는 펀드슈퍼마켓 출범 당시 "펀드슈퍼마켓은 계열사 판매, 외국계 운용사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독립판매채널"이라며 보수보다 독립성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단 0.1% 수익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지금, 투자자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의 장기적인 전망은 밝다. 하지만, 독립판매채널의 전제조건인 고객편에 서서 구매대행 역할을 하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특정 판매사에 속하지 않은 자문업자) 제도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펀드슈퍼마켓 설립을 주도했던 금융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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