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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SS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그쪽에서 (ISS에) 회장 추천과정을 설명해야 한다며 먼저 자료를 보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ISS 측에서 혹시 문제가 될까 공시를 하고 가져오라고 했었죠."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주주총회 안건분석기관인 ISS 사정에 정통한 금융계의 한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회사는 KB다. 올해 ISS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장본인이다.

KB측 설명은 다르다. 콘퍼런스콜을 하는 도중 ISS 측에서 자료를 요청했고 이를 제공한 것뿐이라는 얘기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ISS가 KB에서 중요한 기관이 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일까. KB는 지난 6월24일에 자사 홈페이지 기업설명활동(IR)란에 'KB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 진행과정'이라는 문서를 올려놓았다. KB는 이를 ISS에 하루 전에 제공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시차 때문에 하루 전날 밤 ISS에 e메일로 보냈다"고 했다. 예전 강정원 전 회장이나 어윤대 전 회장후보 추천 때는 없었던 과정이다. 올해 5월 회장 선출작업이 있었던 우리금융지주도 회장 추천과정에 대한 설명을 따로 공시하거나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다.

물론 KB의 '회장후보 추천 진행과정' 문서에는 별 대단한 내용이 없다. 그래도 참고할 만한 사항은 분명 있다. 국내 금융시장의 특성상 최고경영자(CEO)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버릴 수만은 없는 투자정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보다 먼저 ISS에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적절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공시사항이 있으면 국내에 먼저 공시를 하고 해외시장은 시차가 있더라도 나중에 올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금융회사들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보기관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보다 투자자들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튼실한 지배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언제까지 일개 외국 주총기관에 우리의 대형 금융회사들의 목소리에 일희일비할 것인가.

금융회사의 새로운 CEO들이 ISS와 같은 일개 기관의 입김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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