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시작한 선재 사업 프로젝트가 정착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선재 사업은 꾸준한 수요가 있는 반면 국내 경쟁업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경기 변동과 수요에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준석(사진) 제일제강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강ㆍ경강ㆍ특수강 등 다양한 선재를 새 주력사업으로 삼아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1964년 설립된 제일제강은 이전까지는 주로 이형철근을 생산했으나 채산성 악화로 지난 2010년 5월부터 작년 9월까지 450억원을 들여 선재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선재는 단면이 둥글고 코일 모양으로 감겨진 형태를 띠고 있으며, 2차가공을 거쳐 최종적으로 못ㆍ나사ㆍ철사ㆍ볼트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재료다. 제일제강은 올 4월까지 시운전 기간을 거쳐, 5월부터 본격적으로 연강 선재를 생산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연간 국내 연강 선재가 100만톤 정도 필요한데 이중 국내 업체가 공급하는 양은 30만~40만톤 정도이고, 60% 정도는 수입에 의존한다"며 "포스코와 비상장사 한 곳, 그리고 당사를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서 선재를 생산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당사는 현재 한 달에 8,000톤에서 1만톤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전체로는 10만~12만톤 정도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5만톤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선재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ㆍ4분기 제일제강의 매출은 1ㆍ4분기 대비 56%나 증가한 142억원을 기록했다.
제일제강은 연강뿐만 아니라 경강과 특수강 생산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 대표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당사는 가장 최근에 설비를 마련했기 때문에 연강뿐만 아니라 경강과 특수강 생산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며 "내년부터 고급강인 경강 선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포스코와 같은 대형 업체와 직접 경쟁하기는 힘들지만 포스코가 하기에는 물량이 적어 수입품이 들어오는 경강과 특수강의 틈새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일제강은 앞으로 전체 선재 생산 중 연강을 80% 정도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경강ㆍ특수강을 생산하면서 경기와 수요 변동에 따라 비중을 조절해나갈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초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에 많이 쓰이는 경강(CHQ) 수요가 갑자기 크게 늘어난 적이 있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설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눈 앞에서 먹거리를 놓쳤다"며 "철강 산업의 특성상 경기 변동에 따라 수요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당사는 중소기업으로서의 기동성을 최대한 활용해 이런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일제강은 좁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제강은 지난 6월 이란에 4,500톤(29억원)의 연강 선재를 수출했다. 최 대표는 "국내 종합상사를 통해 대만ㆍ필리핀ㆍ이란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수출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일부 특수 품목의 경우 앞으로 유럽 쪽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제강의 선재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았던 데다가 지난해까지는 원료를 100% 해외에서 조달하는 바람에 영업손익은 아직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1979년부터 선친의 회사를 물려받아 철강 산업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가 들어가는 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현대제철과 거래를 시작하는 등 국내 제철사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으면서 10%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생겼기 때문에 올해 말께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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