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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재력가 행세 수십억 사기

해외에 3,100원짜리 가짜 은행 차려 놓고…<br>외국 발전소 참여 中企도 피해…징역 5년 선고


해외 유명 은행을 소유한 재력가 행세를 했던 이모(53)씨는 지난 2008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특급호텔에서 김모씨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로 빼돌린 돈이 자신 명의로 해외 20여개 은행에 분산 예치돼 있다며 유혹했다. 자신에게 변호사 비용을 빌려주면 비자금 가운데 수조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위임장을 써주겠다며 김씨로부터 7억여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씨는 수건의 금융 범죄 전과가 있는 전문 사기꾼이었다. 자신이 소유했다고 주장한 밀레니엄뱅크그룹은 자금 유치 실적이 없는 가짜 금융기관이었다. 단돈 2유로(약 3,100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였다. 해외에 유사 금융기관을 세운 뒤 재력가 행세를 하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 모은 사기꾼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제3국에서 유사금융기관을 차려놓고 은행지급보증서 등을 위조해 투자자금을 가로챈 혐의(특경가 사기 등)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투자자들에게 건넨 홍콩상하이은행(HSBC) 은행지급보증서 602장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별다른 자산이 없는 이씨가 해당 지급보증서에 적힌 액면가액 35조원 상당의 금액을 은행에 예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획적으로 은행지급보증서와 신용보증장을 위조한 다음 자금이 급한 중소기업인들에게 해당 서류를 담보로 대출 받아줄 것처럼 속여 25억원 이상의 거액을 편취했고 비슷한 범행을 수차례 저질러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들 역시 은행지급보증서 등을 수수료만 내고 빌려 거액을 대출받으려는 생각에 이씨를 경솔하게 믿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독일과 몬테네그로국에서 유사금융기관 '밀레니엄뱅크그룹'등을 차려 투자중개업을 하는 이씨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 운영자들을 상대로 허위 지급보증서 등을 발행해주는 대신 수수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HSBC 영국 본점이 연관된 예치축하행사를 열거나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식의 사기행각을 벌여 피해자들이 자신을 믿게끔 만들었다. 이씨의 거짓말에 넘어간 이들 중에는 키르기스스탄 수력발전소 건립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기업도 있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HSBC 은행의 지급보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없으며 박 전 대통령 관련 비자금에 대한 발설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지만 법원은 해당 범행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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