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부진 등으로 갈 곳을 잃은 글로벌 자금들이 기존의 안전자산 선호에서 벗어나 고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아시아 위험자산으로 쏠리고 있다. 유럽과는 달리 재정위기 우려가 적고 기업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 끝' 글로벌 자금 아시아로 밀물=최근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은 선진국과 아시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는 대신 아시아에는 돈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이외의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아시아펀드(Asia Ex-Japan Fund)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지난 5월까지만 해도 25억달러가 넘게 빠져나갔지만 지난달에는 급속히 회복, 20억달러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하는 등 한국 관련 펀드들에만 지난달에 5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국 관련 펀드자금이 80억달러 이상 빠져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를 보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이달 8일 이후에는 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이며 1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수 대상이 중소형주보다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소위 '주도주'에 집중되고 있어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재만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최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하는 등 지난주 후반 이후 신흥 아시아 증시에서 공통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의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판단했다. ◇유럽 위기 일단락… 안전자산보다 '수익'으로=이러한 글로벌 자금의 이동 패턴 변화는 남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상당 부분 완화된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0% 넘게 상승했던 그리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들어 1.6%포인트 이상 내려가는 등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 급박한 위기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아직 가능성으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위기의 수준은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오는 23일로 예정된 유럽 91개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가 오히려 시장의 위험 인식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중국 역시 경기둔화 우려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불안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풍부하고 부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 특히 우리나라의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은 글로벌 투자자로 하여금 더 이상 시장을 '위기'의 근원이 아닌 '수익'의 원천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 들어가기가 부담스러운 외국인들이 아시아에서 매수에 나서면서 말레이시아와 인도ㆍ태국 등에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23일로 예정된 유럽 은행의 스트레스테스트 역시 크게 악재로 부각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