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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시스템 개조하자] 9부. 성장 이끄는 복지체제로 <5> 지속가능한 복지 만들자

실업급여보다 직업훈련 지원… 고용창출형 복지가 답이다<br>양육수당 등 경제 부담주는 퍼주기식 복지론 한계<br>실업자 훈련시스템 강화해 노동시장 재진입 돕고<br>"재정 감당하려면 증세는 필연" 국민 설득도 필요

취업 희망자들이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동남권 청년희망 일자리 채용박람회’ 에서 게시판에 있는 고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퍼주기 식보다는 고용창출형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경제DB


마(魔)의 64%.

우리나라 고용률이 10년 지나도록 넘지 못하고 있는 벽이다. 고용률은 2000년 61.5%를 기록한 후 지난해까지 62~64% 사이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해 64.2%를 기록하면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여전히 64%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우리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낮은 고용률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수시장과 경제의 활력을 침체시킬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시켜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고용률 70% 달성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 독일ㆍ스웨덴ㆍ덴마크와 같은 나라들은 고용률이 72~74%에 이른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고용창출형 복지가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시혜성 복지를 넘어서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노동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창출형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창출형 복지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퍼주기 식 복지와는 달리 경제성장을 이끌고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도 덜어주므로 지속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이 복지국가를 시작할 때는 자본주의의 황금기였으나 우리나라는 복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할 시점에 고용 없는 성장과 고령화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따라서 포퓰리즘에 휩쓸려 퍼주기 식 복지에 매몰되기보다는 일자리를 통해 사회ㆍ경제의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고용창출형 복지를 실천하는 방법으로 "복지는 가능한 현금이 아닌 서비스로 제공해야 복지와 고용의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보육 분야. 국가가 적절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면 육아부담 때문에 일하기 망설이는 여성들을 경제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또 보육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만으로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서비스가 아닌 현금으로 제공하는 가정양육수당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우려한다. 양육수당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10만~20만원의 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양육수당을 주면 여성의 취업 유인을 줄이기 때문에 여성 고용률을 올리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실제로 양육수당을 도입한 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떨어진 사례들이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보육 서비스를 수당으로 지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무상보육제도는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것이 주된 목표인데 어린이집에서 맞벌이부부를 차별하는 것도 문제"라며 "직장을 다니는 엄마에게 어린이집 입소 우선순위를 주는 제도를 확대 실시하고 취업모와 미취업모의 시설 이용시간에 차이를 두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과 직업훈련과의 연계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단순히 실업급여만 줄 것이 아니라 다시 반듯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내일배움카드제 등 직업훈련제도가 있지만 형식적인 차원에 그치는 만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 조사결과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65세 미만 가구주 가운데 조사기간(2000~2008년) 중 한 번도 직업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고 대답한 비율은 98.1%에 이르렀다. 장기적인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실업자ㆍ근로취약계층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을 위한 직업훈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취업 관련 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센터 숫자도 확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용센터 직원 1명이 담당하는 경제활동인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901명으로 영국 443명, 독일 452명, 프랑스 633명, 캐나다 1,231명에 비하면 현격히 높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미국이나 독일은 취업상담사가 실직자의 취업능력, 직업훈련 의지와 그에 맞는 기업의 인력수요까지 확인한 후에 실업급여를 주도록 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면 취업능력 등과 상관없이 급여계좌를 만들어준다"며 "실업급여와 직업훈련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실직했을 때의 생활보장과 재교육ㆍ재취업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에서 뒤처진 개인이 극도로 빈곤해졌을 때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가 아니라 실직이나 저숙련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용창출형 복지는 필연이지만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만 치중해 질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무상보육제도가 도입되면서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 일자리가 많이 늘었지만 이들 종사자는 장시간 근로와 저임금에 고통을 받고 있다"며 "낮은 고용의 질 문제를 계속 방치했다가는 복지 서비스의 질 자체도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감당하려면 증세는 필연"이라며 "당장 국민의 저항을 피하기 위해 '증세 없는 복지'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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