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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정책들


최근 전화 단말기를 슬기전화(스마트폰)로 바꿨다. 지금까지 써오던 번호(019)는 올해 말까지만 쓸 수 있고 내년부터 휴대폰 번호는 010으로 통합한다고 한다.

휴대폰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식별번호로써 이동통신회사가 구분되고 이것 때문에 가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신사 가입은 품질ㆍ요금ㆍ서비스 등의 경쟁력으로 가려야지, 식별번호를 가려서 해결할 일은 아니다. 국가 자원인 번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군색하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번호를 바꾸기 때문에 바뀐 번호를 알려야 하고 상대방은 바뀐 번호를 기록해 둘 일거리가 더 생겼다. 이 과정에서 혼선도 자주 생긴다. 이 일로 국민이 지는 짐을 수치로 나타내면 엄청날 것이다. 또 사실상 전국민이 휴대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는 개인의 정체성과도 연관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를 정책적 편의를 위해 강제로 바꾸게 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제 이 같은 강제 통합 정책에 나 혼자만 유별나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번호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휴대폰 번호 010의 통합 위헌 여부가 공개변론을 거치고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번호를 그대로 써도 되는데 굳이 온 국민에게 번호를 바꾸도록 강요하는 게 잘하는 일일까. 애초에 이동전화를 들여올 때부터 체계를 이렇게 잡았다면 이런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국가 번호 자산을 효율 높게 쓰려는 생각을 못 했을까. 앞으로 이동전화 가입자가 더 늘어나 010으로 모자라 다른 식별번호를 또 들여와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때에는 어떻게 설명할 텐가. 실제 지난해 휴대폰 번호 010 통합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 당시 청구인 측은 방통위가 내세운 번호 자원 한정성 주장에 대해 "현재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 이상이고 010 번호 사용률이 92%로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010 번호 자원에도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기술로도 지금 쓰는 이동전화 번호를 굳이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도 쓰고 있다. 설령 몇 가지 문제가 있어도 정보통신 강국이라 자랑하는 우리이니 그걸 해결할 기술을 개발하기는 쉬울 것이다. 기술이 풍부해짐으로써 우리 삶이 더 편리하고 윤택하고 여유로워야 한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데 각자 취향과 개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번호를 바꾸라고 강요하면 곤란하다. 국민이 원하지 않고 바꾸지 않아도 되는데 바꾸라고 강요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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