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이 마지막으로 적용되는 신규 물가연동국채(13-4)가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물가채 금리 급등(가격 하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커졌지만 채권시장 불안으로 투자자들이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신규 물가채가 원금 상승분에 과세되지 않는 마지막 물량인 만큼 지금이 ‘저가 매수기회’라고 지적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처음 발행된 13-4 물가채 하루 거래량(장외 기준)이 10억원이 채 안 된다. 이전에 발행된 11-4 물가채 하루 평균 거래량이 150억원 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래가 ‘스톱’된 상태다. 판매금액도 미미하다. 한국투자증권이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지금까지 신규 물가채를 장외에서 30억원(개인 입찰 대행 물량 제외) 팔았을 뿐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이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원금이 늘고 원금 상승분에는 비과세가 적용되는 대표적 절세 상품이다. 특히 정부가 2015년 발행분부터 원금상승분에 과세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절세 물량인 13-4 물가채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예상과 달리 신규 물가채에 대한 수요가 부족한 것은 발행물량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3-4 인수 물량은 약 555억원(국고채전문딜러 480억원, 일반인 75억원)으로 당초 최대 인수 물량으로 설정한 6,000억원의 9%에 불과했다. 워낙 인수 물량이 적어 거래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물가채가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심리도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0년물 국고채 수익률과 물가채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BEI는 지난달 18일 2%포인트에서 2.28%포인트까지 올랐다. 통상 BEI가 낮을수록 물가채 투자 메리트가 커진다. 투자자들이 추가로 BEI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안나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연구원은“최근 채권금리 급등으로 물가채 가격이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액자산가들은 좀 더 싼 가격에 물가채를 매수하고 싶어해 아직까지 수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신규 물가채 시장이 ‘개점 휴업’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물가채의 투자 매력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물가 상승으로 물가채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세제혜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염상훈 SK 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2% 미만에 그치면서 물가채 가격이 최근 하락했지만 통상 물가 상승기인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하반기에 CPI가 2.5%대로 오를 것”이라며“BEI가 2.1%포인트 정도로만 떨어지면 물가채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규 물가채의 표면 금리가 낮은 점도 장점이다. 이번에 발행된 13-4 물가채는 표면금리(쿠폰금리)가 1.125%로 지난 11-4 발행분 1.5%보다 낮다. 물가채는 이자수익에 대해서만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세금측면에서 보면 11-4 채권보다 13-4 채권이 훨씬 유리하다.
정 연구원은 “국민주택2종 채권 등 절세 매력이 높은 제로쿠폰 채권(표면금리가 0%인 채권)이 앞으로 발행 되지 않는다”며 “세제혜택을 받으려면 그나마 쿠폰 금리가 낮은 13-4 물가채를 지금부터 적극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채는 분리과세 이점도 있다. 10년이상 만기의 장기채권은 33% 분리과세 된다. 최대 41.8%소득세를 물 수 있는 금융고액자산가의 경우 33%만 내면 납세의무가 종결돼 매력이 크다. 다만 세법개정안에 따라 2013년부터 발행되는 장기채권의 경우 3년이상 보유해야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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