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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 쉬쉬하는 대학 구조개편


진학인원 줄어 50개 대학 문닫을 판

참신한 접근, 범정부적 해결책 모색을

최근 메르스사태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는 동안 국내 대학들도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교육부가 대학 경쟁력을 평가해 그 결과를 해당 대학교에 비밀스럽게 통보했기 때문이다. D혹은 E등급 성적표를 받아든 대학은 거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문을 닫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 경우 지역의 자존심이기도 한다.

앞으로 대학 진학 인원이 줄어 최소 50개 대학의 문을 닫아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메르스는 약 만명의 사람들이 두 달 간 고생했지만 대학 문제는 약 100만명의 사람들이 최소 10년 정도 고생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다. 우리사회에 큰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쉬쉬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대학은 그다지 변하지 않고 있다. 강한 이론과 힘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약자고 대학과 교수는 강자다. 세상은 강자의 논리로 간다. 약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평생을 한 분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학자는 세상의 모든 분야가 망해도 자신의 분야는 포기할 수 없다. 그만큼 탄탄한 논리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세상은 바뀌고 있다. 바뀐 환경에 따라 필요한 인재상은 달라진다. 요구되는 인력의 구조와 수도 바뀌고 있다. 교수들은 자신만의 영토를 영원히 가지고 싶어 하지만 입학 인원 부족으로 대학은 줄이거나 폐쇄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로 기존 질서와 힘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운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융합과 통섭(統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합쳐 가면 더 좋은 발전과 성장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 일부에서 효과가 보이고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은 고등학교에서 문·이과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대학을 지원하게 된다. 수학을 잘하는 경영대학생이 나타나고 인문학적 소양이 높은 의사도 배출될 것이다. 융합과 통섭은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대학의 모든 학과를 반으로 줄이는 것보다 성격이 다른 학과를 합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융합과 통섭을 어떻게 할까. 두 개 혹은 여러 분야를 학습하거나 연구하면 자연히 통섭이 이뤄진다고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잘 해야 한다. 가령 영어를 잘 못하는 두 사람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면 어떨까.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를 70% 만큼 전달하고 듣는 사람은 70%만큼 알아들었다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 의사 전달의 양은 49%(0.7x0.7)에 그친다. 효과가 반으로 떨어진다. 융합도 같은 원리다.

욕심을 내 전공분야 2개를 동시에 가르친다고 융합·통섭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죽도 밥도 안된다. 한 분야 연구에 성공한 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

그래도 쉽지 않다. 예컨대 필자가 가르친 한 제자는 기계공학을 공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는데 앞으로 융합이 대세라는 판단에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미래가 전도양양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디자인 분야에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래서 원래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결과적으로 복수전공은 무의미했다. 그 학생은 학업의 성취와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실제 취업과 진학에는 별로 도움되지 못했다.

지금 우리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숨길 수 없는 사실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칼자루를 쥔 정치권과 당국은 정작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만 한다.

확실한 것은 모든 학과를 반으로 줄이면 잘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 바보가 될 수 있다.

피할 수 없는 구조조정이라면 아이디어를 모아 대처해야 한다. 임계점에 있는 학과와 전공을 모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의 문제를 넘어 경제·정치·사회적인 문제와 결부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범정부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미래에도 지속발전 하려면 고급 인력의 양성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성장 동력이 멈춘다. 대학의 구조 개편은 우리 모두의 손에 놓인 뜨거운 감자다. 다양하고도 참신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융합과 통섭은 새로운 대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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