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딱 들어맞는 청약통장은?’ 아파트 분양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가뜩이나 청약제도에 익숙하지 않은 수요자들의 혼선도 점점 커지고 있다. 통장의 종류만 해도 저축ㆍ예금ㆍ부금 등 3가지나 되는데다 각 통장별로도 가입자의 상황에 따라 청약전략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최근 청약저축 통장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신규 가입자도 크게 늘고 있지만 무조건 청약저축에 가입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자신의 현재 상황과 향후 주택공급 전망 등을 꼼꼼히 살펴 통장을 선택한 뒤 적절한 청약시기를 조율하는 ‘맞춤형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청약저축, 이런 사람에게 좋다=청약저축은 전용면적 25.7평(공급면적 최대 35평형) 이하 공공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무주택 세대주용 통장이다. 공공주택이란 주택공사ㆍ지방공사 등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분양ㆍ임대주택을 말한다. 매달 1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다. 앞으로 공공주택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청약저축이 상대적으로 유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새로 가입해서는 인기 택지지구에서 당첨 가능권에 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공주택은 청약저축 불입액이 많은 지원자부터 순서대로 분양해주는데 이미 청약저축에 가입해 있는 ‘선순위자’가 수도권에만 148만여명이나 있다. 최근 사례를 볼 때 수원 광교나 송파 신도시 등 인기지역은 불입액이 최소 600만~700만원(60~70개월 불입) 이상이어야 당첨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반드시 인기지역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면 청약저축에 새로 가입해도 무방하다. 수도권 외곽이나 비인기지역에 지어지는 공공주택은 앞으로 적지않은 ‘1순위 미달’이 발생할 전망이어서 청약저축 통장만 있다면 별다른 경쟁 없이도 저렴한 공공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다. 차선책으로 비축용 장기임대나 국민임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역시 청약저축에 가입해야 한다. 가입기간이 짧아 불입액에서 밀리더라도 5년 이상 무주택자 우선공급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5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의 자격을 갖추면 1순위 중에서도 우선순위 경쟁에 낄 수 있어 다소 유리하다. 또 65세 이상의 무주택 노부모(배우자 부모 포함)를 3년 이상 부양한 무주택 세대주의 경우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입액이 적더라도 인기지역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신의 예상 청약시기에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다면 청약저축이든 청약예금이든 당장 가입해야 한다. ◇청약예금, 이런 사람에게 좋다=청약예금은 200만~1,500만원을 일시에 예치해놓고 민영주택에 신청할 수 있는 통장이다. 주택 규모와 지역에 따라 예치액이 다른데 서울ㆍ부산의 경우 전용면적 25.7평(85㎡) 이하 주택은 300만원, 30.9평(102㎡) 이하는 600만원, 30.9~40.8평(135㎡)은 1,000만원, 40.8평 초과는 1,500만원 등이다. 청약부금은 전용 25.7평 이하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통장으로 청약예금에 포괄되고 쓰임새가 제한적이어서 신규 가입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중소형 아파트를 원한다면 300만원짜리가 아닌 600만원짜리 예금에 가입해야 쓰임새가 더 많다. 오는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청약예ㆍ부금 가입자들은 세대주의 연령과 무주택 기간, 부모 부양 여부, 자녀수, 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각자의 ‘분양점수’를 받는다. 이들 항목에서 점수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청약저축이 아닌 청약예금에 새로 가입하는 게 낫다. 또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청약예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는 가점제 점수가 높거나 유명 브랜드, 중대형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청약예금은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공공 부문 강화 정책 탓에 민영주택 물량 자체도 줄어들 전망이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예상점수가 ‘어중간한’ 경우인데 보통 30대 초반의 나이에 자녀가 1명 이하이고 부모를 모시지 않는 무주택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단기간에 가족구성 등에 변동이 생겨 점수가 높아질 수 있다면 청약예금에 가입하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단 청약저축에 가입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 1순위가 되는 2년 뒤부터 공공주택을 노려볼 수 있고 불입액이 3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난 뒤에는 필요에 따라 청약예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청약예ㆍ부금은 청약저축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원하는 주택의 유형이 공공인지 민영인지, 중소형인지 중대형인지, 목돈 마련은 언제까지 가능한지, 향후 주택공급은 얼마나 이뤄질지 등을 신중히 따져본 뒤 청약통장 개설이나 전환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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