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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2014] 2부. 낡은 관료시스템 , 국민의 위기다 <1> 공복이 주인인 나라

혈세·규제·파벌 이용 기득권 커넥션… 권한 독점이 官災 불러

카드대란·저축銀부실·원전비리·세월호까지

감독·관리는커녕 업계와 유착·줄세우기 몰두

규제집행·모니터링, 투명화·합리화 서둘러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이 제1장1조에서 선언한 내용이다. 국가공무원법은 제1장1조에서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고 공무원을 규정했다. 공복(公僕)이라고 부른 연유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공복이 주인이 된 나라'로 전락했다. 모든 권력은 공무원으로부터 나왔다. 국민은 관료의 봉 노릇을 해왔다. 주종 관계의 변질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는 이 같은 현실을 새삼 국들에게 일깨워줬다. 해양재난을 방지할 책임을 졌던 정부 당국은 해운업자들을 감독하고 계도하기는커녕 그들의 영리에 편승해 부실한 선박 관리와 부조리한 사업운영을 방치했다. 심지어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안전 관리·감독권한을 아예 통째로 해운업자들에게 떠넘기고 이를 법으로 보장해주기까지 했다. 그 대가로 공복들이 받은 것은 당장의 향응과 훗날의 자리 보장이었다. 그 비용으로 국민이 치른 것은 승객들의 목숨값이었다.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관권을 휘두르는 '천민 관료주의'의 비극이다.

이해영 한국행정학회장은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뿌리 깊은 관료들의 기득권과 커넥션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관료들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권력은 어떻게 국민의 견제를 피했을까. 답은 '혈세'와 '규제', 그리고 '네트워크'로 점철된 방정식에 있었다. 부패한 공복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나랏돈(국가 재정)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에는 규제의 칼을 휘두르며 비관료 사회를 길들였다. 그들은 이 같은 유착을 통해 업계로부터 단체장·임원·감사·고문 등 갖은 수식어로 '낙하산 자리'를 보장 받은 뒤 이를 미끼로 후배 관료들을 자신에게 줄 세웠다. 줄 세우기를 통해 유착 관료들은 파벌을 키웠다. 파벌로 얻은 권력은 다시 업자들을 길들이는 데 사용됐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의 안전을 심각히 위협해온 원전비리 커넥션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정 학벌 출신의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원자력 정책과 감독을 거머쥔 관료 집단이 형성되고 이들은 예산과 규제를 지렛대 삼아 산하기관, 관련 업계와 유착했다.



이 같은 유착·파벌의 고리에 들어서지 못하면 직속 상관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통령·장관이라도 돌아가는 내막을 알지 못해 깜깜이로 전락할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민간전문가로 임각했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관료들로부터 깜깜이 식으로 왕따 당한 장관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 받는다.

문제는 이 같은 유착과 파벌의 고리는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흐리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정책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터졌던 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분식 등 회계조작으로 부실을 숨겨오다 무너졌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부실을 막지 못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계열인 부산2·중앙부산저축은행 등에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감사로 재직할 정도로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치고 있었다.

현 정부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선박의 무리한 구조변경 문제에 대해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사고 초기 진상을 밝히려 하기보다는 구조진단을 한 민간단체(한국선급)를 옹호하기에 바빴다. 이 단체에는 관례적으로 해수부 출신 관료 등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요직을 맡아왔다.

관료·업계의 유착과 파벌로 얼룩진 악의 축을 끊으려면 무엇보다 규제의 투명화·합리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관료가 자리를 놓고 동료·후배들을 줄 세우기 할 수 없도록 공직자의 인선제도를 보다 민간에 개방하고 인사과정을 투명화하며 퇴직 후 재취업 규제를 실효성 있게 규제할 필요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원 관계자는 "비록 엘리트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력이 대한민국 재건에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국제화와 개방화 시대에 공복이 국가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관료집단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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