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쇄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에 대해 새해 벽두부터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리커창(李克强ㆍ사진) 중국 부총리가 신년 연휴 직후인 4일부터 스페인을 시작으로 독일과 영국을 12일까지 순방하며 국채 매입을 포함한 대규모 경협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리 부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재정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국채 매입을 다시 한번 공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스페인 방문 직전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중국은 스페인의 경제개혁을 지지하며 계속해서 스페인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7월 4억 유로 규모의 스페인 국채를 매입한 바 있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스페인 정부가 올해 채무상환을 위해 2,000억 달러가 넘는 국채발행을 해야하는 등 재정난이 악화하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이런 터에 스페인으로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뒷받침해줄 중국의 지원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정상 방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후안 카클로스 국왕을 비롯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직접 리 부총리를 영접하는 등 최고 지도자급 국빈 대우를 하는 것이 이같은 정황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해 말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의 방중시 포르투갈 국채 매입을 약속했으며 올 1ㆍ4분기중에 40~50억 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재정위기 국가인 그리스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그리스 국채 매입을 향후 5년 안에 2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로화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이 눈에 띄게 '유럽 구하기'행보에 나서는 것은 경제ㆍ안보 등 다방면에서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후원자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유럽 금융시장안정을 도움으로써 중국의 최대 수출국인 유럽 시장을 보호하는 등 다목적 포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9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위안화 절상 이슈부터 동아시아 안보 등에서 타협과 절충을 시도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양국의 시각 차가 있어 봉합 수준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을 든든한 후원자로 만드는 것은 향후 주요 국제 이슈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중국에 유리한 샅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또한 유럽의 경제위기가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에 직격타를 가할 수 있다는 계산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재정위기로 유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중국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오르면서 대EU 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기에 중국의 외환보유고 다각화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유동성 배출이라는 부수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2조6,000억 달러를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 가운데 일부를 미국 국채보다 수익성이 높은 유럽에 분산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한편으로 유럽 각국에 '큰 손'이자 '우방'의 이미지를 새겨 넣음으로써 글로벌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드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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