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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악천후로 낚싯배가 뒤집혀 십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승선 명부가 부정확해 정확한 피해 인원이 집계되지 않은 가운데 무분별한 바다낚시 온라인 모객, 낚싯배 안전점검 미흡 등 각종 문제점이 또 다시 드러나고 있다.
6일 국민안전처와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낚시어선 '돌고래호'(9.7톤급)는 19~22명이 탑승한 가운데 전날 오후 7시께 제주 추자도 신양항(하추자)을 출발해 전남 해남으로 가던 중 7시 38분께 해상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돌고래호는 이로부터 11시간여 뒤인 이날 새벽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섬생이섬 남쪽 1.2km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당시 초속 9~11m의 강한 바람이 부는 데다 너울성 파도가 일면서 배가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돌고래호에는 19~22명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망자 가운데 4명은 추자도 예초리 인근 해상, 1명은 추자항, 1명은 양식장 부근에서 각각 발견됐다. 실종 인원은 6~9명이다. 생존자 3명은 전복된 배에 올라가 10시간 이상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인 박모(38)씨는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한 뒤 배에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배가 뒤집힌 뒤에 난간을 잡고 위로 올라가 다른 2명의 생존자와 함께 뒤집힌 선박 위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배가 뒤집힐 당시 선장을 포함해 6명이 배에 매달려 있었지만 강한 너울성 파도가 일면서 2명은 파도에 휩쓸렸고, 선장은 물에 빠진 낚시객을 구하려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실종인원이 파악되지 않은 이유는 승선원 명부와 실제 탑승객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승선원 명부에는 22명으로 기록돼 있지만 해경의 조사결과 이 가운데 4명은 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구조된 생존자 3명 가운데 1명은 승선원 명부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탑승 명부와 실제 탑승인원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해 해양수산부 등 주무부처는 여객선 탑승시 신분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지만 1년여 만에 또 다시 동일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낚싯배의 경우, 예약 인원과 실제 참가자 수가 수시로 바뀌지만 선장이 선박 입·출항시 변동 내역을 해경에 제때 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경은 설명하고 있다.
피해가 커진 데에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돌고래호 생존자 중 한 명은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와 실종객들은 대부분 부산의 한 온라인 낚시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 동안 낚시꾼 모집에만 열을 올릴 뿐 안전관리 등에 소홀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낚시 어선의 안전점검 제도도 개선이 시급하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낚싯배는 관할 지자체가 아닌 어선업자가 관리하도록 돼 있어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돌고래호는 5년 전에도 해상에서 3시간여 표류하는 사고를 당한 바 있다.
한편 전남 해남군은 이날 박철환 군수를 본부장으로 '돌고래호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설치·운영에 들어갔고, 해경 함정 8척과 어선 등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국민과 실종자 가족, 사고 관계자들에게 실종자 수색 상황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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