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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고교생도 놀 자유가 필요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대입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대학 가기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예전에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놀다가도 고3 때 1년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 자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시 시스템은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만 되면 사실상 대학이 결정되는 구조다. 6곳에 원서를 내는 수시전형에는 3학년 1학기까지 총 5개 학기 성적이 반영된다. 수시에 합격하면 무조건 그 대학에 가야 한다. 또 수시 선발인원이 주요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전체 입학 정원의 70%를 넘는다. 사실상 수시에 합격하지 않으면 대학에 입학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1·2학년 내신 나빠 대입포기 수두룩

수시 모집에서 수능최저등급을 요구하는 전형은 수능 점수대로 줄 세우기 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일정 등급을 받기만 하면 된다. 과거 예비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에게 본고사를 볼 수 있도록 한 예비고사 성격과 비슷한 셈이다. 수시에서 실시하는 대학별 논술고사 전형은 과거 대학별 본고사와 유사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수시에는 학교 내신도 적용된다. 다시 말해 수시 전형은 예비고사·본고사·내신평가를 총망라하는 전형인 셈이다.

수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수능 시험 이후 정시에서 세 번의 원서접수 기회가 주어진다. 학교 내신을 일부 보지만 형식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게 반영되고 수능점수 줄 세우기로 학생들을 뽑는다. 정시는 과거 학력고사와 유사해 보인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고교 초반에 공부를 외면하다가도 수험 직전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요 대학에서의 정시선발 인원은 입학정원의 20%대로 매우 적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가 과거 대학입시 시스템에서 폐기된 정책들을 총망라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내놓기도 한다.



그럼 언제부터 대학 입학을 준비해야 할까. 내신은 고등학교 가기 전에 끝내 놓는 게 안정적이라고 '불안 마케팅'을 전개하는 일부 사교육 업체를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다. 대입전형이 이처럼 방대해지면서 고교 교육과정을 미리 끝내 놓고 고교 시절에는 논술·수능 등을 대비하는 것이 입학 전형을 잘 활용하는 전략이라 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교 1학년 때의 내신이 좋지 않다면 수시로 대학가기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고교 3년 내내 안고 살아야 한다.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학교에서 사실 10% 이내로 제한적인 반면 한 번 망가진 내신은 현행 구조에서 좀처럼 만회하기 힘들다. 정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에 따라 논술·적성 전형 등 대학별 고사를 더 줄일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내신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역전할 기회는 그만큼 더 줄어들게 된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행 입시구조에서 고등학교 1·2학년 때부터 대입에 매진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음은 자못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평생에 한 번뿐인 십대 시절을 수험 생활에만 매달리게 하기보다는 학생의 본분을 지키면서도 한번 망가진 내신을 극복할 수 있는 역전의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한 학년, 아니 한 학기의 결정적인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공부를 포기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많은 데는 이 같은 요인도 있다는 지적을 대학과 교육부 등 관계 당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전의 기회 위해 정시비중 늘려야

현재 국내 교육환경은 초등학교의 경우 사실상 평가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개의 경우 자녀들이 중학교에 진학해서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나면 내 자식의 성적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하고 실망하게 된다. 또 학부모들은 대학의 학과별 모집인원이 너무 적은 점에도 적잖게 놀라게 된다. 이미 내신을 망친 학생, 고등학교에 갓 들어간 학생이나 중학생들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학교생활을 해야 할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학생 각자의 꿈과 끼를 살리는 방향으로 대입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면 당국이 가장 주목해야 할 목소리는 이 가운데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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