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전후로 서울 지역의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재건축 선회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사업 추진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른 단지들 중에는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허용 건축 연한(15년)을 갓 넘긴 단지들보다는 준공 20년 이상 된 노후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 포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조금 더 기다리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S건설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된 압구정동 현대5차는 압구정 아파트지구의 ‘고층화 계획’이 새 정권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부적으로 사업 자체가 물 건너간 분위기. 신세계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시에서 압구정 일대 고층화 기본계획이 수립돼 있는데 현대5차(71ㆍ72동)만 리모델링으로 갈 수 없다”며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주민 반대도 심해 현재는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우선협상 시공자를 선정했던 여의도 삼부아파트 역시 해당 업체 측에서는 “추진위로부터 공식적으로 사업 무산에 관해 통보받은 바 없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재건축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린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대선 이후 재건축에 대한 의견이 탄력을 받으며 리모델링 사업이 무산됐다”며 “리모델링 추진시 부담금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 반응도 컸다”고 말했다. 일원동 개포한신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신영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리모델링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지난해부터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인근에 준공시기가 비슷한 개포주공이나 은마아파트가 차기 정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맥이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과거 리모델링을 준비하거나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 단지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새 정부에서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주민들 입장에서도 리모델링보다 사업성이 뛰어난 재건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까지는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일부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상황에서는 리모델링보다 재건축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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