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분양권 불법전매 극성

‘제2의 판교’ ‘로또’ 등으로 불리는 은평 뉴타운에서 조합원 분양권 불법 전매가 극성이다. 입주도 하기 전에 1억~3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은 물론 ‘복등기ㆍ다운계약서’ 등 갖가지 불법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불법 전매를 철저하게 단속하겠다던 SH공사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4일 은평구 갈현동 W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은평 뉴타운 조합원 물량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1주일 사이 프리미엄이 3,000만~5,000만원 올랐지만 매수 희망자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현재 전용면적 기준으로 ▦84㎡가 1억3,000만~1억8,000만원 ▦101㎡가 2억~2억5,000만원 ▦134㎡가 3억원선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은평 뉴타운 조합원 물량은 오는 6월(1지구)과 12월(2지구)께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약서를 미리 작성해놓고 입주 후 복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불광동 S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수자가 10~15일 사이에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돈을 입금하면 분양권에 대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가처분신청을 해줌으로써 매수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양도차익의 50%에 해당하는 양도세 역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해당지역 중개업소의 설명. 연신내동 E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세 부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전용 84㎡ 아파트가 분양가 3억4,740만원에 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일 경우 7,500만원에 해당하는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프리미엄을 8,000만원으로 낮춰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면 수요자가 4,000만원의 양도세만 지불하면 된다는 계산. 불법 전매에 따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갈현동 J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떴다방’ 업자들을 중심으로 동일 물건에 대한 허위 계약서를 여러 사람과 작성해 계약금만 날리는 매수자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7년간 전매가 금지된 일반분양 물량의 거래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진관동 M공인중개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은평 뉴타운 일반분양 물량 중 84㎡ 아파트가 프리미엄 2,000만원에 거래돼 이 일대 중개업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며 “이럴 경우 매수자는 7년간 자신의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SH공사와 해당지역 지자체는 단속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은평구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해당지역 중개업소에 ‘은평 뉴타운 분양권 매매ㆍ중개ㆍ알선은 불법 행위’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돌린 적이 있지만 (은평 뉴타운) 주요 관할은 SH공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측은 “공사는 단지 뉴타운을 조성하고 아파트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 것이지 불법 전매 단속에 대한 행정권은 해당 지자체에서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