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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 공화당의 골치덩이 '티파티'


2014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이 바로 코앞이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국회의사당. 공화당 내 극우보수세력 '티파티(tea party)'의 총아인 테드 크루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안, 이른바 오바마케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이어갔다.

그는 텅 빈 의사당에서 오바마케어를 맹비난하다 연설거리가 떨어지자 동화책 읽기 등으로 시간을 때웠다. 결국 이날 오전12시까지 장장 21시간19분에 걸친 마라톤 연설을 끝낸 뒤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환한 표정으로 의회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미 국민들 사이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특히 티파티에 대한 염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9일 갤럽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율은 28%로 지난 1992년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화당이 셧다운 장기화와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탓이다.

재계도 티파티 이념투쟁에 염증

일반 공화당원들조차 공화당의 협상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이 더 강하다. 급기야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세력인 미 재계도 경제 충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념 투쟁만 고집하는 티파티 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내년 중간선거에서 재계 친화적이고 온건 보수인 인물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티파티 입장에서는 국가 디폴트 사태를 인질로 잡고 치킨 게임을 일삼아도 '잃을 게 없다'는 점이다. NBC 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미 남부ㆍ중부에 밀집된 티파티 성향의 의원들은 보수적이며 저학력인 백인들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내년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장 크루스 의원만 놓고 보더라도 공화당 전체의 지지율이 떨어지건 말건 티파티 등 골수 공화당원들의 열띤 지지를 받으며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선두로 부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 지역구를 가진 온건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만 안달이 난 상태다. 하지만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는 80명 정도에 불과한 티파티 의원들이 똘똘 뭉쳐 막강한 힘을 과시하자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티파티라는 이름은 1773년 영국 정부의 증세 조치가 항의해 보스턴 항구에서 차 상자를 바다로 던진 '보스턴 티파티' 사건에서 유래했다. 이름은 고색창연하지만 실제 정치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2009년부터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대기업 구제금융,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대규모 예산 집행에 나서자 감세나 작은 정부, 개인 자유 수호 등을 내걸고 극단적인 이념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위축되던 신자유주의가 금융위기,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거치며 급속히 퇴조하자 극우 세력의 위기감이 티파티의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은 1965년 노인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도입 이래 최대 복지정책인 오바마케어가 현실화할 경우 미 사회의 이념적인 중심 축이 진보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판 티파티'는 노빠ㆍ통합진보당

하지만 티파티가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분풀이를 거듭할수록 지지층이 떨어져나간다는 게 공화당의 딜레마다. 특히 소속 단체에 흑인ㆍ히스패닉 등이 거의 끼어 있지 않아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티파티는 차기 대선에서 유색인종 표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더구나 지출 축소 등 작은 정부를 외치면서도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국의 역할을 고수하는 이들의 논리는 시간이 문제이지 파산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를테면 티파티는 독자적으로 대선이라는 밥상을 차릴 능력이 없으면서도 이미 차린 밥상은 마음에 안 든다고 걷어차고만 있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패배 후 내부에서도 잠깐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듯이 티파티가 기승을 부릴수록 공화당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 내 티파티 세력을 보노라면 한국의 민주당 내 이른바 '노빠' 세력이나 진보 세력 안의 통합진보당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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