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A건설사는 서울 중구 황학동에 위치한 154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분양하며 계약서에 '옥상 활용권은 A사에 있다'는 조항을 살짝 끼워 넣었다. 이후 A사는 이 조항을 근거로 통신중계기를 설치하려는 이동통신사에 임대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총 4,460만원에 이르는 임대 수익을 얻어왔다. 뒤늦게 사실을 알아챈 계약자 김모씨는 "옥상 활용권에 관한 내용은 계약에 있어 중요한 조항임에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며 A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장준현 부장판사)는"옥상은 공동주택 계약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부분이며 이 곳을 활용한 이익은 기본적으로 계약자들에 귀속돼야 한다"며 "계약자들에 아무런 이득도 없이 옥상 활용권을 A사에 부여하고 있는 이 조항은 내용 자체로 계약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8일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A사는 개별적 분양계약을 통해 서면합의를 이룬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 같이 이례적인 내용의 조항은 계약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특약으로 구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며 "계약사항을 잘 살피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에 A사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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