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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지난 17일 사망할 때까지 줄곧 건강 악화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럴 때마다 북한 언론은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 호전을 암시하는 사진과 기사 등을 내보내며 악화설을 막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동안 그의 건강상태를 볼 때 이번 사망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사망한 점으로 비춰보면 뇌졸중에 의한 후유증보다는 급성심근경색과 심실세동(부정맥)이 함께 발병한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덕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선행질환에 비춰볼 때 급성심근경색과 거의 동시에 심실세동 같은 부정맥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급사한 점으로 미뤄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추론”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보통 급성심근경색은 부정맥을 동반하고 이렇게 되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서 “만약 김 위원장이 앓아왔던 뇌졸중이 원인이라면 병원에 갈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었을 것이고, 열차에서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근경색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졌다가 막히는 질환이다. 이처럼 막힌 혈관에 혈전(혈액 찌꺼기)이 끼면 아예 심장이 기능이 멈추게 된다. 이 질환은 동맥경화와 관련이 크며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 악화요인으로는 비만, 식습관 등이 꼽힌다. 지난 1994년 82세로 사망한 김일성 주석은 동맥경화로 치료를 받던 중 계속된 과로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으며, 새벽 2시께 사망했다. 69세로 사망한 김 위원장 역시 심근경색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의 사망 추정 시간대는 오전 7시30분으로 심근경색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간대인 오전 4~8시에 걸쳐 있다. 두 부자의 공통점은 비만이며 육식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비록 28세에 불과하지만, 목이 짧고 굵으면서 비만인 점으로 미뤄 볼 때 유사한 질환을 가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영인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말고는 사망 원인을 추정하기 힘들다”면서 “뇌졸중의 경우 그동안 몇 년에 걸쳐 검사와 치료를 해오던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방이 돼 왔다는 점에서 사망 원인이 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대목동병원 심장내과 박시훈 교수도 급성심근경색증이나 부정맥을 의심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마찬가지로 심장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었다”면서 “여기에 신체적 스트레스가 누적돼 갑자기 협심증이 심각한 심근경색증이나 부정맥으로 나타났을 것”으로 봤다. 그는 “중증이라고 보도하는 것으로 봐서는 심근경색증이 매우 크게 나타난 모양”이라며 “심근경색증이 나타난 부위가 크거나, 심장근육의 상당 부분이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을 앓았던 게 급사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체중이 늘기 시작하면 합병증에 대한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인”이라며 “당뇨병의 여파로 대혈관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중풍이나 심근경색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사진 : 지난 14일 김정일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 996부대 화력타격훈련을 시찰하는 모습. /서울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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