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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이분법 공간서 현실 세계로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KIAT)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인문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과학은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마치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인문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이 융합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는 다양하게 융합하고 있지만 이분법적 사고는 고정관념으로 남아 현실에서 충돌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호황과 불황' '기회와 위기'라는 이분법을 적용해 호황은 기회이고 불황은 위기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글로벌 이노베이션 1,000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3분의2는 연구개발(R&D) 투자를 유지하거나 증가시켰다. 글로벌 기업이나 소위 히든 챔피언들은 이분법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오히려 불황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다. 또 이분법에 의해 고착된 제도는 긴장과 갈등을 초래하고 건강한 중간층의 존재를 간과하기도 한다. 기업분류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중견기업은 경제의 한 축으로서 상당히 기여하고 있지만 '대기업 아니면 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제도로 인해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나아가 성장한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에 잔류하려는 소위 '피터팬 증후군'이 생겼다. 중소기업에서 졸업하자마자 77개의 지원에서 배제, 또는 축소되는 '지원절벽'에 직면하는 동시에 대기업과 동일하게 취급돼 20개의 새로운 규제를 부담해야 하는 '규제산성'에 봉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기업의 성장 기피 문제를 해소하고자 두 가지의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 기준을 근로자수·자본금(또는 매출액) 등에서 매출액(3년 평균)으로 단일화해 2015년부터 적용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고용 및 투자가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개선 움직임은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 법은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원활하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중견기업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사다리'를 구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중견기업은 성장부담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견기업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혁신을 통해 고용을 확대하고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시장으로 진출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하겠다. 흔히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면 복지단체 기부를 생각하지만 우리 경제 공동체에서 가장 시급한 공헌은 건전한 가업승계를 통해 창업자의 경영 이념과 독자 기술 등의 무형적인 자산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한편 고용을 유지·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이분법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나온 중견기업의 진정한 역할이고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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