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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회장과 수건돌리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차기회장 선임이 임박했다. 전경련은 오는 7일 정기총회에서 김각중 현 회장의 후임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차기회장 선임과 관련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몇몇 그룹회장들이 한사코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고사함으로써 예정대로 회장을 선임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실세 빅3`는 물론 조석래 효성 회장 등 자천 타천으로 회장 물망에 올랐던 총수들은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주요 그룹회장들의 뜻에 따라 추대된 것으로 알려진 손길승 SK텔레콤 회장 마저도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서로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고사하는 전경련 회장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 어릴 시절 소풍가서 자주하던 `수건돌리기`가 연상된다. 수건돌리기는 둥글게 모여 앉은 놀이 참가자 주위를 수건을 쥔 술래가 재빨리 돌아가다가 한 아이의 등 뒤에 몰래 놓고 달아나는 놀이다. 참가자들은 자기 뒤에 수건이 떨어졌는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며 만약 떨어졌을 때는 빨리 일어나 수건을 집어 들고 앞에 가는 술래를 뒤쫓아 잡아야 한다. 술래가 제자리에 앉기 잡지 못하면 벌로 술래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수건이 떨어졌는데도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으면 술래가 한 바퀴 돌아와 등을 가볍게 치고 이로써 술래의 역할이 바뀐다. 수건돌리기는 놀이에 참여한 사람 중 누군가를 희생자(술래)로 만드는 게임이다. 놀이 참여자들은 서로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자기 뒤에 수건이 놓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최근 전경련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서로 떠넘기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 그룹 회장들의 얼굴에서 수건돌리기를 연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역대 전경련 회장 선임도 진통을 겪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앞장서다가 정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혼쭐이 난 전례가 있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차기 전경련 회장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집단소송제 상속ㆍ증여세 포괄주의 도입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정책에 대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리더십 있는 그룹 총수가 흔쾌히 `완장`을 차고 전경련 회장을 맡아 산적한 현안들을 앞장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술래가 되지않기 위해 다른 사람 등 뒤에 수건을 던져놓고 도망치기보다 손수 수건을 들고 젖은 곳을 찾아다니며 닦아내는 용기와 희생정신이 필요한 때다. <박민수(산업부 차장) mins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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