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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란에 MD 수출" 미국 뒤통수 쳤다

■ 서방 압박 본색 드러낸 러시아

"핵 협상 진전… 필요성 사라져"

'S-300 시스템' 수출금지 해제

美, 이란 핵시설 공습 어려워져 최종 협상에 악영향 우려

케리, 러 외무에 전화 항의


러시아가 지난 5년간 유지해온 자국판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대(對)이란 수출 금지령을 13일(현지시간) 해제했다. 이달 초 잠정 타결된 이란 핵협상에 따라 이 같은 제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것이 오는 6월 말 시한인 이란 핵 최종 협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방공 미사일에 대한 이란 수출 금지령을 해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2007년 러시아는 이란과 8억달러(약 8,751억원) 규모의 S-300 방공 미사일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그 직후 "해당 미사일이 이란의 핵무기를 보호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미국·이스라엘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무기 인도를 보류했다. 그러던 중 2010년 6월 유엔이 대이란 무기 금수 결의안을 채택했고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총리는 이 결의안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대이란 수출 금지령을 마련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금지령 해제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란 핵에 관련한 최근 진전으로 금지령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S-300 시스템은 오직 방어 목적의 무기에 불과해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지역의 어떤 나라에서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8년 전 판매계약이 체결된 S-300 미사일은 구형 모델인 만큼 러시아는 이번 해제를 발판 삼아 신규 미사일 판매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러시아 국영 군수 업체이자 푸틴 대통령의 KGB(구소련 당시 국가보안위원회) 시절 친구인 세르게이 체메초프가 사장으로 있는 로스텍이 최근 S-300 계열의 안테이-2500 시스템을 이란에 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정황이 있는) 예멘과 시리아·레바논 등에서의 정정불안 상황을 감안해본다면 이런 종류의 시스템을 판매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 도입이 향후 있을지 모를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어렵게 할 수 있고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향후 핵협상에서 미국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프 대변인은 "이란 핵 문제와 S-300 이슈는 별개의 사안이며 협상장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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